"주문하셨어서"

- 최근 많이 접하는 문법 현상

by 콜랑

인과 관계를 표시하는 연결 어미 '어서'는 다른 용법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잡아서 먹었다, 뛰어서 넘었다'처럼 하나의 행위를 구성하는 두 가지 행동을 연결할 때에도 사용된다. 동시는 아니지만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처럼 인식되는) 일을 구성하는 두 가지 행동을 연결한다. 이런 동작의 연결에는 단절이 개입되지 않는다. 하나의 행동에 다른 행동이 곧 이어 일어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특징은 인과 관계와는 성질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일까? 개인적으로 '었기 때문에'는 자연스럽지만 '었어서'는 매우 어색하다. 들을 때마다 귀에 거슬릴 정도라고나 할까... 자연스러운 이유 표현 '기 때문에'가 있는데 굳이 어떤 일이 마쳐졌음을 의미할 수 있는 '었'이 있을 때 '어서'를 쓰는 것은 무언가 껄끄럽다. 무언가 자연스러운 이어짐이 있어야 하는데 '었' 때문에 단절이 생기기 때문일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신경망 속에서 '어서'의 여러 용법과 '었'의 여러 용법 사이에 연결 강도(가중치)가 '었'과 '기 때문에'의 가중치보다 훨씬 낮다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최근에는 '었어서'를 생각보다 자주 접하게 된다. 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여학생들이 결석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지난 주에 너무 아팠어서 못 왔어요.'라고 이유를 댄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남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래도 '었어서'를 사용한 사례인데 역시 글쓴이가 여성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주문하셨어서.png


'었어서'... 여전히 내게는 너무 어색한 표현인데, 20대 여성 화자들에게는 자연스러워지려고 애를 쓰는 한국어 표현이 아닌가 싶다. '었어서'... 애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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