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언어학이든 신경과학이든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언어로 표상하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사족: 이 문장에서 '이든'이 주격조사일까?). 그저 발화 실수를 통해서 역추적해 볼 따름이다. 내가 발화실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래 영상의 경우 머리 속에는 어떤 의미가 떠올랐었고 또 어떤 구조로 표현하려고 했을까?
"부드럽고 황금빛의 달걀 젤리"
문법적으로 자연스러운 표현은 아래 두 가지이다.
1) 부드럽고 황금빛이 나는 달걀 젤리
2) 부드러운 황금빛의 달걀 젤리
연결 어미 '고'는 청자(독자)의 생각을 일단락하는 기능이 있다. 특정 동작이나 상태를 하나의 사건(상황)으로 완성시키고 다음에 이어지는 사건(상황)과 연결시킨다. 그래서 영상의 예처럼 발화하면 어색해진다. '부드러움'과 '황금빛' 모두 '달걀 젤리'의 속성인데 '고'가 있으면 그런 의미 합성에 장애가 발생한다. (물론 우리는 이런 정도 장애는 별다른 문제 없이 정확하게 수정하여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1)과 같이 '고'의 앞뒤에는 절과 절이 연결되는 구조로 문장을 만들어야 자연스럽다. [[부드럽고 황금빛이 나]는]의 구조로 표현해야 자연스럽다.
어떤 대상과 그 대상의 속성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수식어-피수식어' 구조로 '속성+명사'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2)와 같이 표현해야 자연스럽다. (물론, '부드러운'이 '황금빛'을 수식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이 정도 해석상의 장애는 역시 별다른 문제 없이 수정하여 해석할 수 있다.) '부드러운' 다음에 쉽표(,) 즉 휴지가 있으면 정확하다.
그런데 왜 영상과 같은 실수가 나타났을까?
위 그림처럼 머리 속에 떠오른 의미(관념)은 각 관념에 해당하는 노드들의 단순 연결 구성이지만 언어로 표상되는 과정에서 1)과 2)의 구조로 표상하는 과정에서 붉게 표시한 구조가 선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의므를 언어로 표상하는 실시간 타임라인에서(즉, 언어 산출 과정에서) 선행절(첫 번째 'Clause')을 선택하고 '부드럽고'로 음성표상까지 끝난 시점에서 1)의 후행절 대신 2)의 두 번째 Det.를 선택하여 '황금빛의'로 음성표상했음을 시사한다. 언어 처리를 담당하는 신경망 내에서 1)구조와 2)구조의 가중치가 음성 표상 단계로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AI 전문가나 신경과학자들은 이런 해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