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
사람의 일생을 표현하는 관용구인 "요람에서 무덤까지". 관용구이니만큼 어휘부에 저장되어 있는 표현일 게다. 외우고 있다는 뜻이다. 일전에도 관용구의 발화 실수에 관해 몇 번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왜 감 놔라 팥 놔라 하느냐", "닭이 먼저냐 계란가 먼저냐" (2) 참조). 이번에는 관용구 속에서 형태론적 변화나 어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관용구 구성 요소의 어순에 관한 발화 실수이다. '요람에서 무덤'이 아니라 '무덤에서 요람'으로, 시간이 과거로 흐른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하는 실수인데, 어휘부가 있다는 전제 하에 어휘부에서 인출한 관용 표현이 단일 요소가 아님을 시사한다. 이전 글("닭이 먼저냐 계란가 먼저냐" (2))에서 아래와 같은 의문을 표현한 적이 있다.
관용어는 과연 통째로 머리 속에 저장되는 것일까? 아니면 발화 의도(의미/개념/관념)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거의 자동화에 가깝게 통사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경험된(고빈도로 학습된, 즉 가중치 처리 된) 형태들의 연쇄라서 '기억된 단위처럼 착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무덤, 요람, 에서, 까지'가 독립적인 어휘 요소로 저장되어 있고, 이들을 합성하는 방식(패턴)까지도 저장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억된 단위처럼 착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