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처리의 신경 조직

by 콜랑

말실수와 구문문법, '-ㄹ 수 있-'의 구문성 : 네이버 블로그


위 블로그에서는 말실수 사례를 바탕으로 '-ㄹ 수 있-'를 단일 구성으로 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나 말고도 이런 접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


이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볼까 한다.


두뇌는 여러 부분들이 병렬·복합적으로 상호 관계를 맺으면서 인지 기능을 수행한다. 모두는 아니더라도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에 관련되는 신경 조직들은 자신이 출력한 정보가 다른 신경조직의 정보와 정합적으로 통합하는지를 검사하는 메타인지적 검열을 거치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메타적 검열은 언어와 다른 인지 사이의 통합뿐만 아니라 언어 내부적으로도 작동하는 것 같다. 발화 실수를 감지하는 능력만 봐도 그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퍼셉트론을 이용한 문법 표상 (2)에서도 언급했지만 언어 정보는 음성, 음운, 형태, 어휘, 구조, 패러다임, 의미·논리, 화용 등의 여러 층위에서 병렬적으로(동시다발적으로) 처리된다. 두뇌의 특정 영역에서 모든 언어 처리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ㄹ 수 있-' 구성의 경우 어떤 때는 위 블로그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일 구성으로 처리되고 어떤 경우에는 보다 분석적인 수준에서 처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발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문장은 정확하지 않지만 실제로 내 두뇌가 생산해 냈던 '-ㄹ 수, 안 되-' 구성의 유형이다.)


이런 식으로 판단해 나가다 보면, 결국은 현명한 결론에 도달.... 수가.... 아, 안 되겠구나!!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하다 보면 판단과 동시에 문장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와 유사한 발화가 가능하다. 심지어 '-ㄹ 수'에 가장 적합한 '부정' 표현인 '없-'이 있음에도 불구하고(분명 머리 속에는 '있'과 '없'이 활성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없-'이 아니라 '안 되-' 구성을 쓰기도 한다. 그러니 위 블로그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ㄹ 수 있-' 구성이 항상 단일 구성인 것은 아닐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 인지 처리에 부담이 적은 방식으로 '-ㄹ + 수 + 있/없-'과 같이 분석적으로 처리되기도 하고 '-ㄹ 수 있/없-'을 단일 구성으로 처리하기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언어 처리는 음성 처리 뉴런, 음절 처리 뉴런, 어휘 처리 뉴런, 형태 처리 뉴런, 구문 처리 뉴런, 화용 처리 뉴런 등등이 동시에 관여하면서 인지 처리 비용이 싼(혹은 처리 속도가 빠른) 방식이 동원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모든 층위에서 어떤 식으로든 모종의 처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수행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걸 결정하는 메타 언어 처리 뉴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구조를 상정해야만 '-ㄹ 수 있-' 구문을 한 단위처럼 취급하면서도 '수가, 수도' 등의 문법적 변화를 줄 수 있다. 각 변화형의 활성화 처리 뉴런들도 의미 영역 뿐만 아니라 상하위 단위 처리 뉴런들과도 독자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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