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 공부'의 기본기

by 콜랑

"공부에도 다 때가 있다."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다. 하라는 공부, 해야 하는 공부는 안 해도, 여태까지 공부를 놓은 적이 없거니와 두뇌는 단련하기 나름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까? 어른들의 말씀에 속으로 '그건 공부 안 하는 사람들 이야기죠' 했었다. 그런데 러시아어 공부를 시작한 후로, 어른들의 고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언어학 이론을 알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남들은 복잡해서 모르겠다는 문법 현상에 대한 이해는 내가 젊은 사람보다 빠르다. 단어를 알면 해석도 빠르고 이해도 빠르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비슷한 단어가 기억이 나면 그럭저럭 해석도 가능하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눈에는 그게 신기한 모양이다. 원어민이 하는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문장 구조가 대충 보인다. 단어만 알면 해석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얼마 전, 아니 어제 본 단어가 종종 기억이 안 난다. 단어장을 만들어서 예전에 공부한 단어들을 복습하는데 얼마 전에 외웠던 단어들이 수두룩하다. 어릴 때는 이런 경험은 매우 드물었다. 사람인 이상 기억력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단어가 외워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어릴 때는 단어만 외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단어만 안 외워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종합하고 판단하는 과제는 더 잘 하게 되지만 기억력은 떨어진다고 하더니, 그 말의 의미를 체감하고 있다.


공부의 기본은 암기다. 기억인 거다.

젊어서 공부는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면서 기억으로 넘기는 일인가 보다. 나이가 들어도 쉽게 넘길수 있도록...

창의적 사고를 강조하는 이 시대에 시대착오적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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