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영화 추천 - AI의 경종

AI의 강화 효과와 숲은 보지 못하는 전문성의 유사점

by 콜랑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시스템이 AI의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AI가 영화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검색을 통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브런치에서는 https://brunch.co.kr/@monglec/18를 가 보면 개략적인 설명을 볼 수 있다.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AI는 그 역할에 충실하게 사용자인 나의 취향을 분석하고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해 준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 정도 이세계 설정을 바탕으로 한 일본 에니메이션만 골라서 시청을 하다가 재미있는 점을 알게 됐다.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작품들이 첫 화면에는 죄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심지어 몇 작품을 제외하면 장르까지 죄다 판타지일 것 같은 작품들만 추천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대충 지겨워져서 다른 장르의 영화, 예컨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좀 보려고 했더니 하나도 추천이 안 되더라는 거다. 일주일만에 넷플릭스 영화 추천 AI는 나를 일본 판타지 애니메이션 덕후로 규정한 것 같다.


AI는 그저 내가 자주 클릭한 컨텐츠들을 분석해서 유사한 컨텐츠를 추천할 줄밖에 모르니 생각해 보면 논리적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다. 인공지능은 그 기본에 충실하게 나의 취향을 분석한 것이겠지만 왠지 너무 쉽게 나를 규정한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인간은 가끔씩은 한 장르에 푹~ 빠졌다가 금방 지겹다며 다른 장르를 물색하기도 하는데 AI는 그런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재미있는 생각은 이런 인공지능의 특징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전문화된 현대 사회에서 사회가 작동하는 구성원들의 역할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분화되지 않았던 일들을 분화한 결과일 수도 있겠고,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전문 분야가 분화되면서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겠는데, 여하튼 현대 사회는 상당히 분화되어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전문화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은 아는 만큼 본다고 했던가! 현대 사회처럼 개인의 역할이 분화된 세상에서는 그에 따른 책임이나 의무의 영역도 분화된다. 원칙이 있어도 세칙이 없으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원칙의 차원에서 생각하기가 어렵다. 생활 패턴이나 업무 패턴이 분화되어 있어서 딱 그만큼만 알기에 그 이상의 원칙 수준은 쉽게 망각한다. 개인에게 부여된 책임도 대게는 분화되어 있는 그 일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그러니 그 이상을 생각하고 사는 일은 때로는 쉽지 않거니와 매우 귀찮은 삶의 방식이기 쉽고, 그러니 생각하기 싫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런 세계를 잃어버리게 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목표는 인간을 그대로 닮은 기계를 만드는 것인데, 현실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규정하려고 든다. 인공지능을 기술로서 도구로서 이용하는 우리 인간은 때때로 이놈들이 나를 규정한다는 생각을 망각하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순간이 단순히 다른 장르의 영화를 추천하지 않는 AI에 대한 불만 정도라면 문제될 것이 없는데, 이런 생각이 확장되면 터미네이터 증후군(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 거라 생각함)을 상상하면서 섬뜩함을 느낀다.


AI의 오류는 과도하게 전문화된 현대 사회가 저지르는 오류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통섭을 외치면서도 사실상 자신의 분야에 깊이를 더하는 것이 자신의 권위와 입지를 확고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뉴스인지 선동인지 구별하기도 힘든 텍스트의 조합들을 토대로 전문가인양 착각하는 키보드워리어들. 이 둘의 경계가 분명치 않은 시대가 되고 있고, AI 기술의 발달은 그런 시대를 더욱 앞당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AI의 오류가 인류의 오류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어떨런지...



내가 한 일도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그 부작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무언가를 할 때는 거기에 매몰되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발전'이라는 명분에 가려져 있던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 인간은, 아니 적어도 나는 스스로를 과신하지 말아야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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