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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May 12. 2021

문법의 파격

'-의'의 경우

언어는 변한다. 이 명제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당연히 문법도 변한다. 그런데 소리(음가)가 변하거나  새로운 단어가 생겼다가 사라지거나 하는 변화는 직관적으로 그럴 것 같은데 문법도 변화할 거라는 생각은 직관적으로 수긍하기기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노래의 한 소절인 '나의 살던 고향은 ~'을 들려주면 이해시키기 쉽다. 자연스러운 표현은 '내가 살던 고향'이지 '나의 살던 고향'은 아니기 때문이다. 왜 '내가 살던 고향'이라고 하지 않고 '나의 살던 고향'이라고 하는지를 굳이 설명하려면 복잡하지만 사실 이런 표현은 옛부터 사용하고 있다. 복잡한 구조의 문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의'의 용법이다. 소위 '주어적 소격'이라고 하는 현상. 'X의 행동, X의 말' 등과 같은 표현에서 행동이나 말의 주체(행위자)는 X이다.


이런 일반성에서 벗어난 예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일반성'은 곧 '법' 혹은 '규칙'처럼 생각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우리는 '문법'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이 '문법'에서 벗어난 현상을 접했다.


"GM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


'X의 지분 투자'라고 하면 'X가 지분을 투자하다'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위의 경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GM에 투자를 해서 GM의 지분 일부를 갖게 되는 경우를 말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서 MS(마이크로소프트)가 GM과 손을 잡았음을 이야기하는 맥락을 알고 해석해야 한다. 아무튼 'X의 지분 투자'만으로는 '의'를 주어적 소격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이어지는 내용을 고려하면 '의'는 의미상 '에'로 해석해야 한다. 'GM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마이크로소프트'로 해석해야 하는 예이다.


왜 이런 파격이 일어났을까?


아마도  'X의 행위'에서 '행위' 부분인 '지분 투자'가 '지분에 투자하다'와 '지분 투자를 하다'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합성어라서 맥락에 따라 다른 상황을 표현하기 때문일 것 같다. (주식 용어에 익숙치 않아서 주식을 하는 사람들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위에서 말한 사례는 'X의 지분에 투자를 하다'를 의미하는 예이다. 'X의 행위'는 일반적으로 X가 행위주이지만 위 경우에는 MS(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까지 더 고려하여 'X의 소유물(지분)에 대한 행위(투자)'를 뜻하는 특수한 구성이 된 것 같다. 가칭, '피수여적 소격'이라고 할 수 있을라나...?


어쩌면 이런 특이한 용법들이 쌓이고 쌓여서 문법이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것은 아닐까? 문법 파격이 문법 변화로 이어지는 현상에 연구가 어디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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