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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랑 Jun 16. 2021

의미 확대, 그리고 재미로 해 보는 언어 변화 실험

- 나도 나비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나비 효과 유발하기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쟁에 관한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귀를 때리는 표현을 들었다(집에 와서 해당 동영상을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어서 링크를 아직... ㅠㅠ).


'가두리 당하다'


맥락을 떠올려 보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검색/쇼핑 등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가 가두리 당한다'는 식의 설명이었다. 예전에 조항범 교수의 칼럼에서 '가장자리'를 뜻하는 '가두리'의 의미가 변하면서 '변방' 내지는 '소외'와 관련된 표현에 사용되고 있다는 언급을 본 기억이 났다. 그 기사를 다시 찾느라 고생을 좀 했다(관련 기사 https://news.v.daum.net/v/20180504142019076).


그런데 오늘 접한 표현은 또 다른 용법이었다. '가두리'가 '당하다'와 함께 쓰이면서 흔히 말하는 '프레임'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 것이다. 좀 일반화시켜 보자면, '생각이나 언행이 일정한 방식이나 범주 내에서 일어남'을 뜻하는 표현으로 '(누군가가) 가두리 당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아마 시작은 '가두리 양식'이었을 게다. 여기서 '가두리'는 '무언가를 가둠'의 의미와 밀접한 관련을 맺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두리'라는 말의 어원적 의미로부터 '변방'이나 '소외(주목을 덜 받음)' 정도의 어떤 의미도 '가두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듯하다(위에서 인용한 조항범 교수의 칼럼 내용 참조). 그런데 이제는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과 관련된 일정한 통제 상태나 통제 행위'도 '가두리'의 의미와 관련을 맺어 가고 있다. '가두리'의 의미 변화는 문화적(가두리 양식) 요인, 어원적 요인(둘레, 가장자리)에 더하여 매체(혹은 문명 기기?) 요인에 의해서도 변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관찰된 현상.


갑자기 궁금하다. '가두리'가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 양식에 관한 통제 내지는 제약과 관련된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면 이러한 작용이 개인의 영역으로 축소될 수 도 있지 않을까? 예전에 '케미가 맞다/좋다' 등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화학적 표현이 일상으로 확장된 사례였다. 플랫폼에 의한 '가두리'의 기능도 일상으로 쉽게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내가 누군가를 닮아가거나 누군가가 나를 닮아오는(이상하게 '닮아가는'이라고 쓰기 싫다. ^^;) 현상은 너무 흔한 일이다. 그러니 '나는 너에게 가두리 당했어'와 같은 표현은 얼마든지 만들어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컨대,


            '나 너에게 가두리 당하고 싶어~~!!'

이렇게.


까짓, 한번 해 보자. 이 글을 보신 분들은 이 비슷한 용법을 다른 곳에 재미 삼아 좀 날라 주시라!! 혹시 모르지, 나비 효과로 어느날 '내가 '가두리'로 사람들을 가두리했다'는 글을 브런치에 쓰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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