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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카페 Feb 18. 2023

사랑, 의미 있는 삶의 비밀

영화 <파이브 피트>가 알려주는 사랑의 힘 


우주에 초신성 폭발이 있다면 우리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 초신성 폭발 속에 수많은 원자들이 반응을 이루듯이 사랑을 느낄 때 우리의 호르몬과 신체 활동은 활발해진다. 뇌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심장의 두근거림은 빨라지면서 체온을 올린다. 이성 간의 사랑은 특히나 강렬하다. 짝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보고 대화하는 상상을 해보자.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고 시선은 허공을 향한다. 심장 소리가 귓속을 울리고 손과 등에 땀이 찬다. 그래도 대화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 순간을 기억하면서 잠이 든다. 

사랑에 빠진 거다.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 우리는 다양한 사랑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가족애, 힘들 때 웃게 해주는 친구와의 우애, 그리고 이성과의 설레는 연애.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사랑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살아갈 이유를 알려준다. 삶의 거센 바람과 파도에 부딪혀 길을 잃더라도 사랑이라는 등대가 우리를 비춘다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당신에게 아직 사랑이 어렵다면 영화 <파이브 피트>의 가슴 뛰는 러브 스토리를 봐보자. 당신과 사랑 사이의 거리도 '파이브 피트'만큼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 본 글은 작품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같은 병을 가진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


줄거리


스텔라 그랜트와 윌 뉴먼은 낭포성 섬유증(CF)을 앓고 있다. CF 환자는 남들보다 폐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며 시도 때도 없이 끼는 가래를 빼주고 수명 연장을 위해 폐 이식을 받아야 한다. 만성 폐질환을 앓는 그들에게는 반드시 따라야 할 한 가지 규칙이 있다: 같은 CF 환자끼리는 6피트(대략 1.8m)에 거리를 유지한다. 서로의 박테리아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염방지를 위해 한 공간에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기도 한다.


스텔라는 밝고 강한 여자아이다. 자신의 고된 치료 과정을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희망을 가지고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평범한 10대 소녀처럼 청춘을 보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삶의 그림자가 자신을 덮칠 때는 걱정과 슬픔이 밀려온다. 그런 그녀 앞에 자신과 정반대인 윌이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윌은 삶의 의욕이 없는 소년이다. 그는 B. 세파시아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돼서 폐 이식을 받지 못한다. 신약 임상 시험을 위해 스텔라의 병원에 입원했지만 약도 챙겨 먹지 않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강박증을 가진 스텔라는 그런 그의 태도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직접 만든 앱으로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영상통화로 서로의 치료를 공유한다. 그렇게 둘은 점차 서로를 알아간다.



두 가지 사랑: 우애와 연애


영화는 우리 삶에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우리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사랑이 CF 환자의 삶을 지탱하는 걸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우애다. 스텔라의 소꿉친구 '포'는 같은 CF 환자로 둘은 어린 시절부터 아픔과 좌절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힘이 돼준다. 자신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려준다. 서로가 있기에 그들은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스텔라와 영상통화 중인 포의 모습


종종 병문안을 와주는 친구들도 고맙고 소중하다. 스텔라와 윌은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은 환자가 아닌 평범한 10대 아이가 된다. 눈앞에 맞닥뜨린 죽음의 위협은 잠시 잊고 현재를 만끽한다. 그렇게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두 번째는 연애다. 미래가 불투명한 스텔라와 윌이 서로에게 점차 빠져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마음이 설레고 웃음이 지어진다. 적박한 땅 위에 핀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보는 느낌이다. 삶의 의지가 없던 윌은 스텔라를 만난 이후로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한다. 고통스러운 치료도 묵묵히 받고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도 다시 시작한다. 연애가 주는 또 다른 묘미는 일탈이다. 우리 모두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할 일을 뒤로하고 무작정 만나러 가지 않았는가. 그들은 간호인들의 눈을 피해 만남을 즐긴다.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고 흉터로 점철된 삶을 보듬어준다. 그러나 윌은 자기가 감염된 병균 때문에 스텔라가 폐 이식을 받지 못할까 봐 그녀를 피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그녀는 한평생 자기 삶을 속박했던 낭포성 섬유증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CF 환자에게 자유는 없다. 정해진 치료와 약물 스케줄을 따라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장 친한 친구와도 6피트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이런 삶을 향해 그녀는 이렇게 외친다:


1피트. 겨우 1피트. 그게 공간이든, 거리든 길이든 간에 뺏어와야겠어요. 
낭포성 섬유증, 넌 이제 도둑이 아니야. 도둑은 이제 나야

그녀의 외침은 대담하고 아름답다. 설령 질병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도 삶을 향한 사랑과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던가. 그렇게 둘 사이의 거리는 1피트 가까워진다. 5피트 길이의 당구 채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사랑을 키워간다. 또래 친구들처럼 데이트도 하고 생일 파티도 즐겁게 보낸다. 비록 위협을 무릎 선 장미 같은 사랑이지만 서로가 있기에 무미건조한 질병과의 삶은 생기로 가득 찬다. 그들은 사랑을 통해서 성장하고 강해진다.




당신의 사랑은 안녕한가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하지만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들 사랑을 어려워 하나보다. 비록 사랑을 문자로 나타내기 어렵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미 알고 있다. 마음속에 피어나는 달콤 쌉싸름한 감정 -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부모는 자식을 지키고 연인은 백년가약을 맺으며 우리는 지구 건너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손을 잡는다. 


나는 어릴 때부터 풍족한 사랑 속에서 자랐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힘들 때는 위로를 건네고 기쁠 때는 자신의 일처럼 함께 기뻐했다. 부모님의 사랑은 특히나 숭고하다. 어떻게 자식을 위해서 하염없이 희생할 수 있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너도 부모가 돼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역시 사랑은 모호하고 어렵다.


받은 만큼 돌려주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생각하자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받은 사랑을 그들에게 충분히 보답했을까. 친구가 곁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부모님을 안아드린 기억은 별로 없다. 사실 우리 대부분이 사랑을 받는 건 익숙하지만 주는 건 어색하다. 특히 부모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걸 낯간지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머리 좀 큰 아들이라고 사랑을 표현하는 걸 부끄러워한다. 아버지가 출장 가실 때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어머니가 안아주실 때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통나무처럼 가만히 있었다. 한국 사회는 가족 간의 표현이 어색한 사람들이 유독 많다.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방문을 굳게 닫고 책상 위에 놓인 문제지만 바라본다. 우리는 좋은 대학을 가는 게 가족의 행복이라 믿고 멀어져 가는 서로의 소통과 공감을 묵묵히 지켜본다. 그렇게 우리는 표현하는 법을 점점 잊어버린다.


그러나 표현 없는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설령 한쪽이 표현해도 다른 쪽이 받아주지 않으면 사랑은 갈 곳을 잃은 안개처럼 흩어진다. 서로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부딪혔을 때 비로소 사랑은 공명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생긴 거대한 울림은 우리가 살아갈 이유가 된다. 당신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하루하루를 공허하게 보내고 있다면 사랑을 표현해 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마음을 연 채로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주변 사람에게 소소한 고마움을 전하는 걸로 충분하다. 그러면 스텔라와 윌이 그랬던 것처럼 나의 삶도 생명력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을 전해보자. 미워할 시간도 아까운 짧은 삶이다.


나도 이번 휴가 때는 가족들을 안아주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한다.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자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작은 손길
혹은 볼에 닿는 입술의 촉감
기쁠 땐 우리를 하나 되게 하고
두려울 땐 우리를 용감하게 하며
열정의 순간엔 우릴 짜릿하게 만들죠
사랑할 때요
                                                                                                 - 영화 <파이브피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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