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우리 회사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일하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고, 수많은 협업 도구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도 원격에서 협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은 비대면 의사소통이 자연스럽지 않고 말과 글만으로는 솔직한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자칫 생산성이 떨어질까 봐 걱정도 됐다. 한마디로 아직은 재택근무를 위한 스터디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비상사태에 우리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수시로 날아드는 재난문자의 비프음은 업무 집중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있었기 때문에 희망자에 한해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사운을 걸고 개발하는 디포라(Defora) 앱의 정식 출시를 위해 버그 수정, 기능 개선, 베타 테스트 피드백 반영, 사용자 정책 등과 관련된 논의와 의사결정 때문에 매일 크고 작은 회의가 끊이지 않는 우리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가당키나 한가? 게다가 희망자를 받아보니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크리티컬한 상황에 재택근무는 업무 효율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도박이 아닐까 우려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오히려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진행 상태가 어떤지를 좀 더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디포라 덕분이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룹 의사결정을 위해 진작부터 디포라를 업무에 활용해 왔다. 다만 이제까지는 주로 주간회의 안건 준비와 디포라 앱의 특정 기능이나 디자인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에 한정해서 사용해 왔다면,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모든 회의는 사전에 디포라에서 미리 안건에 대한 제안과 간단한 사전 논의를 거치는 것으로 의무화했다. 회의는 당연히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하고, 굳이 음성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채팅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동안 주간회의에서는 이미 디포라 없으면 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정도로 효과를 톡톡히 본 게 사실이지만, 우리 회사에서 주간회의는 원래 전원이 무슨 의견이든 자유롭고 동등하게 말할 수 있게 하자는 규칙을 정해 놓았으니, 같은 취지의 디포라 앱과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기껏해야 네 명에서 여섯 명이 참석하는 소규모 회의에서 디포라를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긴밀하게 협업하는 적은 인원의 경우에는 서로 할 말을 못 할 일이 적거나 대부분 다른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어서 '계급장 떼고 솔직하게' 말하는 디포라까지 동원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메신저나 이메일, 전화 등으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소규모 회의에도 디포라가 요긴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쩌면 이번에 우리 회사의 실험은 COVID-19 사태로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회사들이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지, 그동안 원격 회의에서 뭔가 결여된 것처럼 느꼈던 부분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지, 나아가 조직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가 어떻게 디포라를 활용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창업 초기에는 정해진 회의 없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관련된 사람들끼리 회의를 하던 방식이었다. 자율적인 것을 좋아하고 정형화된 틀을 싫어하는 90년대생이 많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누군가 정해준 일을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더 잘할 것이라는 대표의 평소 신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정기적인 회의가 만들어지더니 지금은 공식적인 정기 회의만 무려 5개나 된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모여 회사 생활과 관련된 규칙이나 복지제도, 사무실 환경 개선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간회의
각 업무별 책임자들이 모두 모여 사업적 의사결정을 하는 PMO회의
전략, 마케팅, 영업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위한 사업 개발회의
개발 진척사항과 개발 업무 할당을 위한 스프린트 회의
제품 개발 및 출시와 관련된 주요 마일스톤과 일정을 정하는 로드맵 회의가 그것이다.
회의에 따라 디포라를 활용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주간회의와 같이 디포라 없이는 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회의도 있지만 스프린트 회의처럼 디포라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 회의도 있다.
주간회의는 전적으로 디포라를 통해서만 안건을 모으기 때문에 디포라에 올라온 안건이 없으면 그 주에는 주간회의를 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건이 없어서 회의를 하지 않은 경우는 두 달에 한 번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주간회의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활발한 회의이다.
가장 최근인, 3월 3일 주간회의에서는 총 4건의 안건이 디포라에 제안되었다. 개발상의 이유로, 한 달여간 디포라 어플의 사용이 중단되었던 적이 있다. 그동안의 디포라 사용으로 인해, 충분한 학습이 되어 어플의 도움 없이도 활발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믿었던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 마주한 오프라인 회의에서는 그 누구도 쉽게 안건을 제안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는 디포라 없는 회의를 상상하기 힘들다.
PMO회의는 한 달 정도 전부터 재택근무와 상관없이 디포라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업개발회의는 이번에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디포라를 활용하게 되었다. PMO회의와 사업개발회의는 소수만 참석하는 회의인 데다 멤버들이 대체로 다른 사람 눈치를 안 보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라서 굳이 디포라를 활용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러한 예상과는 달리 시행 초기부터 대부분의 멤버들이 활발하게 디포라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로드맵 회의와 스프린트 회의는 예상한 바대로 디포라에서는 관련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이 겹치는데도 불구하고, 회의마다 디포라를 활용하는 정도가 다른 이유는 각 회의가 가진 성격이나 다루는 사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우리가 디포라를 개발하면서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지만 예상보다 그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디포라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주간회의와 PMO회의의 공통점은,
첫째, 회사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둘째,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업무나 예외적인 상황을 다룬다.
셋째, 동일 주제에 대해 참여자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한다.
위 안건은, 3월 3일 주간회의 안건으로 등록됐던 의견이다. 사운을 걸고 개발하는 디포라의 공식 릴리즈 발표 방법인 만큼, 구성원들의 관심만큼 의견도 다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포라를 통해 제안에 대한 충분한 사전 숙지와 의견 공유가 이루어짐에 따라 이 안건에 대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큰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
반면 디포라를 잘 활용하지 않는 로드맵 회의와 스프린트 회의는,
첫째, 최종 결과물에 대한 결정은 이미 다른 회의에서 정해져 있으며 해당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세부적인 절차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둘째, 계획되고 예측 가능한 상황을 다룬다. 간혹 로드맵회의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일스톤을 변경해야 할 수 있지만 이미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와 의사결정은 다른 회의에서 다루어져 로드맵 회의는 그 해결방안을 어떻게 계획에 잘 배치하느냐의 문제를 주로 다룬다.
셋째, 일의 분배를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미 각자의 개발 영역이 정해져 있으므로 어떤 일을 맡게 될지 예측 가능하며 이견은 사소한 편이다.
사업개발회의는 그런 점에서 좀 특이하다. 사업개발회의는 회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참석자 전원이 제품의 유사한 성격의 업무에 관련되어 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개인차가 있으나 어떤 일이 언제 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해를 공유한다. 시장에서의 인정받기 위해 우리 제품에 추가되어야 할 기능과 관련된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는 이견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해당 요구사항이 제품 기획자와 개발팀에게도 관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논의가 좀 더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이다. 또한 지금 필요한 마케팅과 영업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누구 하나 의견을 내면 대체로 다른 사람들은 그 의견에 맞춰 언제까지 무슨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즉석에서 제안한다.
이제까지 우리의 경험을 요약해보면, 회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일 또는 이슈가
1)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는 범위가 특정 팀이나 업무 영역을 벗어나 여러 팀이나 업무에 걸쳐 있는 경우,
2)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일이 아니고 계획이나 예측에서 벗어난 경우,
3) 팀 또는 구성원 사이에 의견이 다르고 그러한 이견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경우에는
디포라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디포라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
디포라가 재택근무를 만났을 때, 우리는 디포라가 다양한 종류의 의사결정 회의에 정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택근무가 디포라를 만났을 때, 통상적인 협업 도구나 원격 회의 솔루션들의 한계를 뛰어넘어 오히려 대면 의사소통보다 솔직한 대화가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 소모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 글의 독자 중에서 위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하는 회의가 빈번하거나 재택근무에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진 분이라면 지금 바로 디포라를 사용해 보실 것을 권해 드린다.
안드로이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deforav2
아이폰 https://apps.apple.com/gb/app/defora/id1489132682?ign-mpt=uo%3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