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인공지능(AI)이 일상의 풍경으로 스며들며 ‘미래’라는 단어가 더 이상 공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오늘날,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와 레이 커즈와일의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각기 다른 렌즈로 우리 앞에 놓인 변화의 지형을 조망한다.
두 책은 모두 ‘AI 시대’라는 공통분모를 지니지만, 한쪽은 현장의 맥락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르포르타주를, 다른 쪽은 거시적 흐름을 과학적 근거 위에 펼쳐 보이는 이론서를 앞세운다. 이 글에서는 두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와 서술 방식을 비교하며,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선사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온 미래』는 바둑계를 출발점으로 삼아 AI 변화를 체감하는 방식을 취한다. 프로기사와 엔지니어, 연구진의 목소리를 현장 취재로 엮어 내면서, 기술 발전이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개념이 아니라 ‘내 옆자리’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임을 강조한다.
알파고 대국 이후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 승부의 의미를 통해, 인간 고유의 창의적 판단과 감정 교류가 앞으로 어떤 가치로 자리매김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책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현장감 넘치는 묘사와 생생한 인터뷰로 가득 차 있어, 독자가 ‘이미 도래한 미래’를 직접 체험하듯 몰입하도록 이끈다.
반면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방대한 논문 인용과 그래프, 공식으로 무장한 거시적 전망서다. 커즈와일은 ‘수확 가속의 법칙’을 중심으로 기술 발전 속도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I 특이점의 도래 시점을 예측한다.
이론적 근거를 따라가다 보면, 기술 발전이 특정 산업이나 분야를 넘어 인류 전체의 진화 방향을 재정의할 잠재력을 지녔음을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전문 용어와 긴 분량은 AI 기초 지식이 부족한 독자에게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으나, 빅 픽쳐를 이해하려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나침반이 된다.
두 책이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질문은 ‘AI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이다.
『먼저 온 미래』는 현장에 직접 발붙인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인간이 AI와 경쟁하거나 협업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를 강조한다. 단순 연산이나 계산 능력은 AI가 맡도록 하고,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과 공감 능력에 집중하라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 특이점이 인류에게 최종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전개한다.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때조차 두려움보다 기대를 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AI와 공존하는 미래를 바라볼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양쪽 관점은 서로 충돌하기보다 보완적이다. ‘지금 여기’를 직시하도록 돕는 현장 르포와, ‘머지않은 내일’을 가늠하게 하는 과학적 전망이 결합될 때 우리는 더욱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현장에 주목해야 하며, 동시에 전체 지형을 이해하지 못하면 방향을 잃기 쉽다. 두 책을 나란히 읽는 것은 현장과 이론, 작은 이야기와 거대한 그림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 주는 셈이다.
AI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 인간다움을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고 지켜나갈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답하는 일이다. 『먼저 온 미래』가 ‘이미 온 미래’의 현장성을 전한다면,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는 ‘다가올 미래’의 가능성을 입체적으로 그린다.
우리 각자가 처한 위치와 관심사에 따라 두 책 중 하나를 선택해도 좋고, 둘을 교차해 읽으며 서로 다른 시선을 오가도 좋다. 그리하여 오늘과 내일 사이를 잇는 통로 위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스스로 답할 기회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