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체류 보고서

by KOSAKA

지구에 방문한지

반세기가 지났다


처음엔 모든 것이

축축하고 뜨거웠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았다


먹는 법, 웃는 법,

사랑하고 상처 입는 법까지

이 별의 방식에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배웠다


이들은 '시간'이라는 것을 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앞으로만 흐르고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


계절은 네 개였고

만남은 많았지만

진심은 드물었고

이별은 반복되었다


그래도

이곳의 바다는 아름다웠고

어느 가을 오후의 빛은

기억 저장소에 따로 보관할 만했다


이제 귀환을 준비하며

나는 생각한다

이 별에 잠시 머문 건

결코 낭비가 아니었다고


만약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또 지구에

한 번쯤 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