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경분의 1

by KOSAKA

어쩌면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2조 개의 정자 중

하필 그 하나가

100만 개의 난자 중

그 하나를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면


숨 쉬는 이 아침도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도

사랑을 기억하는 마음도

존재하지 않았겠지


내가 웃을 확률

내가 아플 확률

내가 ‘나’일 확률

그 모든 걸 합쳐도

200경분의 1


말도 안 되는 숫자지만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확률을

통과해 여기에 있다


천체의 궤도보다

정교하게 맞물린 우연의 파편들

무수한 가능성과 불가능의 틈에서

하나뿐인 '나'가 되었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더 나를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