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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책 Check 08화

[서평] 시오노 나나미 작가 3부작

그리스인이야기, 로마인이야기, 십자군이야기

by KOSAKA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는 내 독서 경험에서 하나의 연결된 서사처럼 남아 있다. 물론 이 책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지역을 다루고 있고, 출간 시점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내게는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졌고, 지금 돌아봐도 이 세 권이 그녀의 대표작이라 생각된다. 단지 유명해서가 아니라, 역사적 스케일과 구성, 그리고 독자로서 내가 느낀 몰입감 때문이다.


『그리스인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고대 그리스가 단지 철학과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는 교과서적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고라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던 아테네 시민들, 검은 갑옷을 입고 전장에 나가는 스파르타 청년들, 페리클레스의 장례 연설 장면까지, 마치 과거의 공간을 눈앞에서 펼쳐 보이는 듯한 서술이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 한쪽에 남는 찜찜함도 있었다. 시오노는 분명 고대 그리스의 이상을 잘 그려냈지만, 그 민주주의가 실제로는 소수 시민들의 권한 위에 세워졌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었다. 여성, 노예, 외국인 등 이른바 '비시민'들의 존재는 짧은 언급으로 지나가고 만다.


그 빈틈이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지점에서 나는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됐다. 역사의 배경 인물로만 언급된 사람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그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까. 책의 서술을 따라가면서도, 자꾸 그 틈새를 들여다보게 되는 건 시오노의 장점이자 한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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