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by KOSAKA

느린 걸음으로 걸어간다

허리 굽은 기억 속 발자국마다

젊음의 날갯짓 대신

흔들리는 노을을 품고


시간은 비껴가지 않고

조용히 등을 두드리며

스친 날들의 잔향을

나지막이 속삭인다


주름진 손바닥 위에서

흘러내린 눈빛이 별이 되어

오늘의 어둠을 부드럽게 밝히듯


빛의 속도로는 달릴 수 없어도

우리 가슴 속 박동은 여전한 리듬

중년의 우주 속에

작은 온기로 퍼진다


멈춰서서 뒤돌아보아도 좋아

삶의 궤적마다 박힌 기쁨과 상처가

여전히 우리를 살아 있게 하니


속도가 아닌 숨결로 이어진 우리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함께 빛나고 있으니—


이 느림이야말로

가장 찬란한 속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