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의 정원

by KOSAKA

어느 봄날,
우리는 흙도 모자란 화분 위에
젊음을 뿌렸다.


보리와 상추, 장미와 꿈
급히 싹이 트고
황홀히 피어
세상의 중심처럼 흔들렸다.


그러나
정원은 정원이 아니었고
그 모든 찬란함은
시들기 위해 자랐다는 걸
우린 뒤늦게 배웠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건 그냥 의식이었을 뿐”
그 말이 맞을지도.
우리는 각자의 아도니스였고
또 아프로디테였다.
사랑하고, 울고, 기도하고,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역할.


중년의 나는 이제 안다.
그 정원은 매해 새로 만들 수 없다는 걸.
그 꽃은 다시 피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덜 화려하지만, 오래 가는 뿌리를 심는다.


덧없는 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지속되는 것은 존엄하다.
나는 이제
화려한 정원이 아닌
풍요로운 밭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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