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Desire

조용한 갈망, 오래된 증명

by KOSAKA

욕망이란 단어는 언제나 약간의 불편함을 동반한다.


흔히 ‘욕망’이라는 말을 들으면 성적인 무언가, 혹은 지나친 욕심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중년에 들어선 지금, 나는 이 단어를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절제되어 있고, 조심스러운 삶 속에서 나는 여전히 욕망한다. 어쩌면 더 정교하게, 더 은밀하게.


욕망은 젊은 날엔 당당했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은지, 누구와 연애하고 싶은지, 어디로 떠나고 싶은지. 그러한 욕망들은 몸에 힘을 주었고, 때로는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욕망은 무언가를 지우는 힘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더는 할 수 없다는 현실, 해봐야 무의미하다는 체념이 쌓이면서, 욕망은 자주 부정되고, 거세되었다.


그렇다고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교묘해졌다.
나는 이제 건강을 욕망한다. 정확히 말하면, 병들지 않기를 바라는 초라한 욕망.
나는 관계의 평화를 욕망한다. 부부 사이에, 자식과의 대화 속에, 오랜 친구들과의 거리에서,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실패하지 않기를 욕망한다.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나지 않으면서도, 지금까지의 것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욕망은 이렇게 방향이 아니라 경계가 되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이 아니라, 무엇을 넘지 않겠다는 규범처럼 변했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란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여주면 좋겠다.

그 사람이 꼭 유명한 평론가일 필요는 없다.단지, 이 글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어딘가에 존재하길 바란다.
이것도 하나의 욕망이겠다. 생존을 위한 것도 아니고, 사회적 성공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표현에 대한 오래된 갈망,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몸부림이다.


욕망은 결국 인간의 증거다.
중년의 욕망이란, 예전보다 더 작고, 느리고, 조용하지만, 더 깊다.
불타오르는 대신, 오래 지속된다.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속삭인다.
그리고 나는 그런 욕망을 따라 산다. 때로는 거부하고, 때로는 받아들이면서.


욕망이 사라졌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듯한 침묵의 날들.
하지만 그조차도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이다.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욕망.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는 욕망.
욕망은 늘 존재하고, 그 형체만 바뀔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욕망한다.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내 삶이 무의미하지 않기를.
내 말이 독자들의 마음에 가 닿기를.
그리고, 이 생이 조금은 따뜻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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