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걷는다는 것

by KOSAKA

사랑하는 딸에게.


너도 살다 보면 자꾸 빨리 도착하고 싶을 때가 있을 거야.

여행에서도, 공부에서도, 일에서도 마찬가지지.

사람들은 늘 길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고, 힘을 덜 들이는 요령을 배우고 싶어 해.

결과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 서두르곤 하지.


하지만 아빠가 살아 보니,

지나고 나면 오래 남는 건 도착지가 아니라

그 길 위에서 겪은 작은 순간들이더라.


아빠는 예전에 산을 오르다가 이런 걸 느낀 적이 있어.

정상을 찍는 것만 생각하면 오르막길은 그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장애물일 뿐이야.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무거워질 때마다 ‘왜 이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

그런데 발걸음을 고르며 한 발씩 내디디다 보면,

길가에 피어난 작은 야생화가 보이고,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눈에 들어와.

함께 걷는 이와 주고받는 짧은 대화 속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하고.

결국 정상에 올랐을 때 기억나는 건 탁 트인 풍경보다 그 과정에서 만난 그런 장면들이었어.


여행도 그렇단다.

여행지를 고를 때는 언제나 ‘가장 유명한 곳에 얼마나 빨리 닿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지.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나서 마음에 남는 건 의외로 작은 순간들이야.

골목길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웃음소리,

비 오는 날 우산을 함께 썼던 기억,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소박한 국밥 한 그릇 같은 것들.

그 순간들이 쌓여서 여행이 완성되는 거지.


꿈도 다르지 않아.

원하는 자리에 도착하는 것만이 전부라면, 그 과정은 모두 낭비처럼 보일 거야.

하지만 아빠는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만나는 실패와 배움, 기쁨과 좌절이야말로 꿈을 진짜 네 꿈으로 만들어 주는 증거라고 생각해.

합격증이나 성취의 순간은 잠깐이지만,

거기까지 걸어온 길에서 네가 흘린 땀과 눈물은 오래 남아 널 지탱해 줄 거야.


아빠도 학생일 때는 성적표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단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점수는 흐릿해졌고,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 있던 기억,

친구와 주고받던 짧은 농담, 교문을 나서며 마주한 차가운 새벽 공기가 더鮮明하게 남아 있더구나.

결과보다 과정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법이지.


딸아, 우리가 진짜 붙잡아야 하는 건 결과 그 자체가 아니야.

바로 지금 이 순간, 꿈을 향해 걸어가는 네 발걸음이야.

지름길을 찾느라 애쓰는 대신, 조금 돌아가더라도 끝까지 걷는 것.

그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호흡,

그리고 작은 배움이 네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 될 거야.


아빠가 네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단순해.

끝까지 걷는 법을 배우라는 거야.

누군가는 빠르게 앞서 가고, 우리 딸은 뒤처지는 것 같아 보여도 괜찮아.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네 걸음을 이어가는 일이란다.

끝까지 걷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풍경이 있어.

그것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순간의 성취가 아니라, 여정 속에서 차곡차곡 쌓인 기억과 흔적들이지.


언젠가 네가 네 삶을 돌아볼 때,

도착지보다 길 위에서 겪은 순간들이 네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거야.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걸어가렴.


아빠는 늘 그 길 끝에서 네가 바라볼 세상을 믿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