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너도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서,
크고작은 고민을 하나둘 안게 될 거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일, 공부나 일에서의 부담,
혹은 네 스스로가 가진 불안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갈 테지.
그럴 때는 도망치고 싶다가도,
또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무거워지곤 하지.
아마 네 마음속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거야.
아빠도 살면서 늘 고민이 있었단다.
어릴 적에는 집안 형편이 늘 걱정이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일과 인간관계가 끊임없이 마음을 흔들곤 했어.
하지만 지나고 보니,
고민이란 건 사라지지 않는 것이고,
오히려 살아 있는 한 반드시 곁에 있는 동반자 같은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였지.
고민이란 거 스펀지같지 않니?
스펀지는 물을 빨아들이면 점점 무거워지고, 결국은 흘러넘치지.
고민도 그래.
계속 안고 있으면 마음속이 눅눅해지고,
결국은 주변으로까지 번져 나가.
그런데 스펀지는 손으로 꼭 짜주면 다시 가벼워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잖니?
고민도 똑같아.
우리 마음속에 차오르는 걱정과 불안을 한 번 꺼내서 짜내어 주면,
다시 숨 쉴 여유가 생긴단다.
그럼 어떻게 짜낼 수 있을까?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니야. 준비물은 단 세 가지면 충분하단다.
종이, 펜, 그리고 잠시의 시간.
머릿속에만 넣어 두지 말고,
종이에 네가 안고 있는 고민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 보는 거야.
시험이 걱정된다면 그 사실을, 친구와의 관계가 힘들다면 그것도 그대로 쓰면 돼.
그 과정을 통해 네가 지금 가장 무겁게 짊어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생각보다 사소한 걸 크게 부풀려 왔다는 걸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
적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거야.
왜냐하면 ‘막연한 덩어리’로만 있던 고민이
이제는 구체적인 문장으로 바뀌기 때문이지.
눈앞에 글자로 드러난 순간,
그건 더 이상 정체 모를 그림자가 아니라,
내가 다룰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거야.
그때 비로소 고민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할 힘이 생겨.
물론 한 번 정리한다고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다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걱정이 또 스펀지처럼 스며들 거야.
하지만 괜찮아.
그럴 때마다 종이와 펜, 시간을 꺼내서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되거든.
습관처럼 이어가다 보면, 네 몸과 마음이 자연스레 그 리듬을 기억하게 돼.
딸아,
아빠가 살아오면서 깨달은 건 고민은 삶에서 지워야 할 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친구 같은 것이라는 거야.
때로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때로는 새로운 선택을 하게 이끌기도 하지.
그래서 고민을 전부 없애려 하지 말고,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조절하면서 살아가면 돼.
혹시 네가 힘든 마음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왜 이렇게 고민이 많을까” 하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민이 있다는 건, 네가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단다.
중요한 건 그 무게에 짓눌려 길을 잃지 않고,
종이 위에 옮겨 적고, 다시 들여다보고,
그러면서 너만의 호흡을 찾아가는 거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네 앞에는 수많은 선택과 상황이 나타날 거야.
그때마다 고민이 함께할 테지만,
그게 곧 너의 성장을 돕는 과정임을 잊지 마라.
종이와 펜, 시간을 친구 삼아, 네 마음속 스펀지를 가볍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언젠가 너도 아빠처럼,
고민조차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아, 이것도 나를 살게 하는 맛이구나”
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딸에게.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