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 아니더라.
몸이 늙는 속도보다 마음이 먼저 변하거든.
어느 날 문득, “이제는 조금 쉬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건 피곤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야.
사람은 누구나 한때는 자신이 ‘가능성의 중심’에 서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중심이 조금씩 바깥으로 밀려난다.
세상은 여전히 움직이는데, 나는 점점 그 움직임을 관망하게 되지.
아빠도 예전에 그런 시기가 있었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건 내 나이에 맞지 않다”고 말하곤 했지.
그 말은 스스로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동시에,
세상과의 거리를 조금씩 넓히는 주문이기도 했단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니 도전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후회로 남더라.
실패보다 무서운 건, 시도조차 하지 않은 기억이야.
실패는 형태를 바꿔서라도 남지만, 시도하지 않은 일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거든.
그래서 지금의 너에게는 실패의 기록이 많을수록 좋다.
실패는 ‘감히 해봤다’는 증거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은 자신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본능일지도 몰라.
하지만 유지만으로는 성장은 일어나지 않아.
성장은 늘 약간의 불안, 약간의 혼란, 약간의 어긋남 속에서 생겨나거든.
그게 불편하더라도 그 불편함이 너를 확장시킨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한다.
네가 아직 충분히 젊다는 건,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뜻이 아니야.
아직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를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이지.
나이란 결국, 변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줄어드는 과정이야.
그 능력이 남아 있는 동안,
무엇이든 ‘조금은 불편한 선택’을 해 보길 바란다.
언젠가 너도 아마 깨닫게 될 거야.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은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단단해져서 어려워진다는 걸.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부드러운 마음으로 살아라.
부드럽다는 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니까.
오늘의 너는 어제보다 더 단단해졌을지 모르지만,
아직 완전히 굳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야.
그건 앞으로도 수많은 길로 뻗어갈 수 있다는 증거니까.
그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네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보렴.
그게 인생의 가장 큰 용기야.
아빠는 네가 그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아무 말 없이 믿고 있을게.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