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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Homo Noncontactus

비접촉을 선호하는 인류의 등장

by KOSAKA

기술의 발전은 현대인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한때는 반드시 대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들이 이제는 대부분 비대면 기술로 대체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적 구조와 생활양식을 뒤흔드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이유로 대면 상황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이 기술의 도움으로 그 기피 성향을 일상 속에서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술은 관계 회피를 보완하는 장치가 아니라, 오히려 그 회피를 가능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제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식생활이다. 과거에는 식사 자체가 사회적 행위에 가깝고, 누군가와 함께 식탁을 나누거나 최소한 식당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타인과 마주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모바일 주문과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음식을 받는 행위조차 사람과 직접 마주할 필요 없이 이루어진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주문이 완료되고, 배달 기사는 벨을 누른 뒤 문 앞에 음식을 두고 떠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면의 순간은 거의 없다. 처음에는 편리함 때문에 선택했던 방식이 어느새 타인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는 삶의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여가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SNS나 익명 커뮤니티 등은 타인과 거리를 두면서도 관계의 최소한만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관계에서 피로를 느끼거나 정서적 소모가 큰 사람들에게 디지털 공간은 일종의 완충지대가 된다.


직접적인 감정 교류 없이도 소속감의 최소 단위가 확보되고, 필요한 만큼만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대면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감각을 강화하며, 비접촉적 삶의 방식을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게 한다.


더 나아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 현상은 단순한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 시대적 조류의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물리적 고립이 심화되는 과정에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고립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기술적 환경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생활의 대부분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오히려 사회적 관계의 축소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 원격근무, 디지털 콘텐츠 소비 등 모든 활동이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감각을 강화하며, 인간의 생활 반경은 점점 더 좁고 폐쇄적인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인간 자체의 유형 변화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기술은 개인의 성향을 반영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유형의 삶과 행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다. 대면보다 비대면을 선호하고, 물리적 접촉보다 디지털의 간격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서 뚜렷해지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인간형의 출현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 “호모 논콘탁투스(Homo Noncontactus)”라고 부를 수 있을까.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삶이 예외가 아니라 점점 더 일반적 형태로 자리 잡아가는 오늘의 흐름을 생각하면, 이 명명은 단순한 조어를 넘어 사회 변화의 징후로 읽힌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존재 형태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낼지, 지금부터 차분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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