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妖怪)

by KOSAKA

시바 료타로의 소설 『요괴(妖怪)』는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 안에서도 유독 이질적이고 기묘한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시바 료타로라고 하면 철저한 사료 조사와 합리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역사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이른바 '시바 사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궤를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이 소설은 미나모토노 요시쓰네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 소설 『요시쓰네』의 시대에서 무려 300년 가까운 긴 세월이 흐른 뒤인 무로마치 막부 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의 치세가 바로 이 소설의 무대다. 당시 무로마치 막부는 그야말로 기형적이고 쇠락해 가는 시대였다. 막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계속되는 기근과 역병으로 백성들의 삶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지배층은 오직 자신들의 권력과 탐욕에만 눈이 멀어 있었고, 이러한 정치적 부패와 도덕적 타락은 결국 일본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혼란기인 '오닌의 난'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소설 『요괴』는 바로 이 오닌의 난이 발발하기 직전, 음험한 공기가 짓누르고 있던 교토를 배경으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어떻게 파멸을 불러오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야기는 구마노라는 변방에서 자라난 '겐시로'라는 청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겐시로는 자신이 무로마치 막부 6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노리의 숨겨진 핏줄, 즉 사생아라는 강렬한 믿음을 품고 있다. 그는 오직 '내가 쇼군이 되겠다'는 맹목적이고 당돌한 야망 하나만을 품고 기근과 전란으로 황폐해진 수도 교토로 상경한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교토는 쇼군 자리의 향방을 둘러싸고 추악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아수라장이었다. 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의 정실부인인 히노 도미코와, 요시마사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측실 오이마노쓰보네가 궁중에서 숨 막히는 암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겐시로는 이 두 여인의 끔찍한 정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속절없이 휘말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겐시로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조종하고 위협하는 절대적인 존재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무시무시한 환술을 부리는 요술사 '도텐시(唐天子)'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시바 료타로의 다른 역사 소설들과 완벽하게 결별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철저히 현실의 대지 위에서 인간의 의지와 시대의 구조를 합리적으로 탐구했다면, 『요괴』는 도텐시라는 요술사와 실제 요괴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우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버린다.


도텐시가 부리는 기괴한 환술은 단순히 이야기를 꾸미는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주인공 겐시로의 운명을 뒤틀고 권력자들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한다. 원령과 생령, 둔갑술과 저주가 난무하고,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논리가 아닌 환상이 만들어낸 공포와 집착에 이끌려 파멸을 향해 걸어간다. 시종일관 현실의 차가운 정치 투쟁과 환상 속의 기괴한 주술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몽환적이고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다.


그토록 합리주의를 지향했던 시바 료타로가 어째서 이런 기이한 전개를 택했을까. 작가는 다른 대담과 에세이를 통해 무로마치 시대와 오닌의 난을 이렇게 기획한 이유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작가의 통찰에 따르면, 무로마치 시대 후기는 합리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맹목적인 시대였다. 당시 사람들에게 요괴나 저주, 원령은 미신이 아니라 일상을 지배하는 엄연한 '현실'이자 피할 수 없는 '물리 법칙'과도 같았다.


특히 오닌의 난이라는 거대한 전쟁은 어떤 명확한 대의명분이나 이념의 충돌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사소한 감정싸움, 맹목적인 이기심, 그리고 끝없는 의심과 망상이라는 비합리적인 원인들이 얽히고설켜 폭발한 참극이었다.


작가는 이렇듯 집단적인 광기와 비이성이 지배하던 무로마치 시대의 본질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내면을 갉아먹고 있던 '요괴'라는 환상을 소설 속에 실제로 불러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문학적 표현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즉, 소설 속의 요괴와 환술은 단순한 오락적 장치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뒤틀린 욕망과 망상이 형상화된 일종의 시대적 메타포인 셈이다. 흥미롭게도 소설 속에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무예가나 맹목적인 믿음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이 환술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요괴가 결국 인간의 마음속 어둠과 무지가 만들어낸 허상임을 방증한다.


독자로서, 그리고 시바 료타로의 다른 굵직한 역사 소설들을 애독해 온 입장에서 솔직히 평가하자면, 이러한 환상 문학적 접근은 개인적으로 짙은 불호를 남긴다. 시바 료타로의 작품을 집어 들 때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냉철한 사관을 바탕으로 한 영웅들의 쾌도난마 같은 활약이나, 치밀한 인과관계로 엮인 역사의 생생한 재현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요술사가 기이한 환술로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전개는 역사 소설 특유의 몰입감을 방해하고 서사의 긴장감을 흩트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정통 사극을 보다가 갑자기 기묘한 전설의 고향으로 장르가 바뀌어버린 듯한 당혹감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바로 이 기묘하고 낯선 환상성이야말로 『요괴』를 작가의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르게 만드는 압도적인 특이점이라는 것이다. 철저한 합리주의자였던 시바 료타로가 중세의 어둠과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깨부수고 요괴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 이 과감한 실험은, 비록 대중적인 취향에는 엇갈릴지라도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는 문학적 성취다.


인간의 이성이 마비되고 환상이 현실을 압도했던 광기의 시대를 가장 적나라하게 비추는 일그러진 거울이자, 시바 료타로라는 거장이 남긴 가장 독특한 변주곡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여전히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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