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幕末史』- 2015년 菊池寛賞 수상작가
작가 반도 카즈토시(半藤一利)는 일본 현대사와 근대사를 대중적인 언어로 서술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1930년 도쿄 출생으로,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한 뒤 문예춘추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논픽션 작가로 전업하여 수십 권의 역사 저술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昭和史(쇼와사)』 연작은 전후 일본의 정신사와 정치사의 흐름을 민감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漱石先生ぞな、もし』로 1993년 신타 지로 문학상, 『ノモンハンの夏』로 1998년 야마모토 시치헤이상, 『昭和史 1926–1945』『昭和史 戦後篇 1945–1989』로 2006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도 역사 해설자로서도 일본 사회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그는 군국주의의 폐해와 권위주의 정치의 맹목을 비판하면서도, 특정한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문체로 널리 신뢰받았다.
그런 그의 역사적 문제의식은 『幕末史』(막부말기사)에도 뚜렷하게 반영되어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도쿠가와 막부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을 거쳐 세이난 전쟁에 이르는 25년간의 격동기를 조망한다. 흔히 이 시기를 ‘메이지 유신’이라는 단일한 프레임으로 축약하거나, 사카모토 료마나 사이고 다카모리 같은 인물 중심의 영웅 서사로 그려내는 경향이 있지만, 반도는 그와는 다른 시각을 택한다. 그는 이 시기를 단순한 체제 전환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체가 진통을 겪으며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복합적 변화의 연속으로 그려낸다. ‘유신’이라는 단어 대신 ‘막부말기(幕末)’을 강조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 속에 있다. 즉, 이 책은 유신이라는 결론보다, 그 과정 속의 혼란과 선택들, 그리고 그 배후의 인간적 고민들에 방점을 찍는다.
책의 시작은 1853년 페리 제독의 흑선 내항이다. 반도는 이 사건을 단순한 ‘문호 개방’이 아니라, 일본의 기존 세계관이 외부 충격에 의해 무너지는 결정적 계기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정치적 동요—안세이 대옥사, 번벌 갈등, 존왕양이 운동, 공무합체론, 막부와 조정의 이중 권력 구조, 그리고 결국 무혈개성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매우 세밀하게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개별 인물의 선택과 사상에 집중하기보다, 당대 일본 사회가 안고 있었던 구조적 모순과 국제정세의 흐름을 함께 설명한다.
반도는 인물의 선택을 영웅적 결단보다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해석한다. 사이고 다카모리를 비롯한 ‘유신 3걸’도 무조건 찬양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판단이 일본을 이후 어떤 방향으로 이끌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묻는다. 사이고는 유신을 이끈 인물이지만, 결국 신정부에 맞서 싸우다 죽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모순의 상징성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개인의 정의감’이 반드시 ‘국가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나아가 그들의 이상이 실제로는 어떻게 조정되고 타협되었는지를 추적하면서, 유신을 일종의 ‘불완전한 합의’로 규정한다.
문체는 학술서보다는 대중 교양서에 가깝지만, 자료의 깊이나 해석의 밀도는 전공자 수준이다. 반도는 다양한 회고록, 공문서, 서간, 신문기사 등을 인용하며, 사건의 이면을 풍부하게 복원해낸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정보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각 장은 하나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중간 중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간결한 설명을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도우며, 마치 한 편의 강연을 듣는 듯한 유려한 리듬감을 유지한다. 이 점에서 그는 단순한 역사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해석자이자 이야기꾼이다.
『幕末史』는 특별한 상을 수상한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의 저작 중에서도 가장 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책 중 하나다. 일본 내에서도 학계뿐 아니라 언론, 교육, 문예계 전반에서 인용이 자주 이루어지며, 막부 말기의 흐름을 정리할 때 교과서적인 권위 외에 대중적 설득력을 갖춘 해석으로 평가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보수화된 일본 정치 담론 속에서, 이 책은 역사 왜곡의 경계에서 ‘객관과 해석’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만드는 저작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반도는 유신 이후 일본이 걸어온 길—제국주의, 군국주의, 그리고 전후의 미국 의존까지—모두가 이 막말기 25년 동안 이미 정해졌다고 본다.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일본은 그 시대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