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史のなかの昭和史』- 2015년 菊池寛賞 수상작가
쇼와(昭和) 는 일본 근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의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1926년 히로히토 천황의 즉위와 함께 시작된 이 연호는, 1989년 그의 사망까지 이어지며 무려 64년간 지속되었다. 그 안에는 대공황, 군국주의,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 패전과 점령, 경제재건, 고도성장, 그리고 버블 붕괴 직전까지의 모든 경험이 담겨 있다. 전쟁과 평화, 몰락과 부흥이 공존했던 시간—그것이 바로 쇼와 시대다. 일본이 가장 세계를 밀어내고 가장 세계를 따라잡으려 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쇼와의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건, 결국 ‘왜 그 길로 갔는가’를 끊임없이 묻는 일이다."
『幕末史』의 저자이기도 한 작가의 이 작품 『世界史のなかの昭和史(세계사 속의 쇼와사)』는 이 질문을 단순한 과거회고가 아니라, 세계사라는 거울에 비추어 묻는 일로 바꿔낸다. 일본은 왜 침략국이 되었고, 왜 전쟁을 끝내지 못했으며, 패전 이후 어떻게 전환에 성공했는가. 이 책은 그러한 질문을 동시대 국제 질서·사상사·문명사 흐름 속에서 천천히 조율하며 되묻는 시도다.
책은 기존 반도의 대표작 『昭和史 1926–1945』 및 『昭和史 戦後版』에서 다뤘던 전쟁 전후의 흐름을 요약하면서도, 핵심 장마다 세계적 시점과 구조를 삽입해 완전히 다른 독서를 유도한다. 가령 만주사변이나 진주만 공격 같은 익숙한 사건도 여기서는 단지 일본 내부 군부의 폭주나 쇼와 천황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다. 대신 19세기 말 세계질서의 식민 팽창, 1930년대 대공황이 만든 극우정치, 국제연맹의 무기력이라는 ‘배경의 고도’ 속에서 그 필연과 오류를 동시에 들춰낸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중일전쟁의 본질은 일본-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서로를 의식한 제3의 무대였다는 점’을 재구성한 대목이다. 작가는 당시 워싱턴 정계와 루스벨트의 행정부가 일본의 동진정책을 사실상 방조했음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미일 간의 문화적 불신과 세계관의 충돌이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설명을 붙인다. 이는 오늘날 미중 갈등 속 아시아 지정학을 돌아보게 하는 매우 중요한 비유다.
이 책이 특별한 건, 역사적 사건을 단선적 패턴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반복해서 “그때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이 가능했는가”를 묻는다. 전시 총력체제를 강제한 국가총동원법의 시행, 도조 히데키의 등장, 그리고 쇼와 천황의 침묵 모두가 개인의 의지가 아닌 구조적 필연과 문화적 합의의 산물로 조명된다. 작가는 이를 단죄하지도, 면죄하지도 않는다. 그는 오히려 일본이라는 국체(國體)가 스스로를 ‘특수’로 위치시킨 지점에서 세계사로부터 이탈했음을 경고한다.
주목할 만한 구성상의 특징은, 이 책이 군사 전략이나 정치 내부 문서보다도 당시 언론, 사회 풍조, 일반 시민들의 감정선을 자주 인용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른바 ‘군국주의에 휩쓸린 민중’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신문 사설이나 유소년 잡지에 등장한 단어들이 얼마나 위험하게 감정을 구조화했는지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교활하다’, ‘천황은 아버지’ 같은 문장이 어떻게 일상 언어로 내면화되었는지를 추적할 때, 독자는 단지 과거의 실수로 여겨졌던 쇼와의 언어가 얼마나 뿌리 깊은 구조였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책의 말미는 쇼와 말기의 고도경제성장과 1980년대 일본의 ‘경제대국 신화’를 다룬다. 그러나 여기서도 반도는 단순한 자화자찬이나 향수로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버블 경제가 터지기 직전, 일본은 또다시 자신을 세계에서 특별한 민족이라 여겼다"며, 쇼와 초기 군국주의와 비슷한 자기 과신이 경제적 형태로 반복되고 있음을 경계한다. 이 대목은 일본의 역사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고속 성장 국가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처럼 읽힌다.
문체는 담담하지만, 문장 곳곳에 고통과 회한이 스며 있다. 이는 저자가 단순한 역사가가 아니라, 전쟁세대의 기억을 마지막까지 품은 증언자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도쿄 대공습의 생존자이며, 종전 후 일본 사회가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던 시간을 직접 목도한 사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은 세계사에서 스스로를 제외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다”며, “이제는 그 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쓴다. 단순히 전쟁을 반성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 속의 자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래서 일본의 책이지만, 일본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이웃 나라로서, 같은 전후 산업국가로서, 그리고 한때 식민지를 경험한 우리나라 독자에게도 이 책은 의미심장하다. 역사는 늘 반복되지만, 반드시 같은 얼굴로 돌아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