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프리카(Africa)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개별 국가들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면적 기준 우리나라보다 300배 크다. 55개의 나라가 있고, 대륙 전체 인구는 14.5억 명이다. 전체 인구수로는 중국이나 인도보다 많다. 현재 아프리카인의 평균 연령은 19세로 인도의 28세, 중국과 미국의 38세보다 현저히 낮다. 젊은 층이 많고 인구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2050년에는 전 세계인구 4명 중 1명이 아프리카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장래에는 비스니스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아프리카인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이미지
인터넷으로 세계가 연결되면서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수시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정치는 물론 주요 사건사고 뉴스까지 실시간으로 듣고 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아프리카가 우리 곁으로 가깝게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이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다. 비행기로 가도 하루가 걸린다. 큰 결심을 하지 않으면 여행 가기도 쉽지 않은 곳이 아프리카다. 학계를 봐도 동남아시아에 비해 아프리카 관련 연구는많이 되어 있지 않다.
아프리카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륙에 속해있는 개별 국가들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얘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통틀어서 '아프리카'라고 지칭한다. 특정 국가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을 얘기할 때도 그 나라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ㅇㅇ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는 물론, 그에 따른 편견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존경하는 나의 아프리카 친구들
나도 아프리카를 잘 모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초부터 아프리카 각국 고위공무원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아프리카에 대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SNS를 통해서 서로 소식을 공유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아프리카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그러던 중 금년 6월 개최 예정인 정부 주관 'Korea-Africa Summit 2024'의 사전행사로 '아프리카와 함께 미래를 만드는 청년들'이란 주제의 강연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행사장으로 바로 달려갔다.
발표자가 장년, 청년 또는 남성, 여성인지 여부를 떠나서 아프리카에 진출한 사람들은 왜, 어떤 목적으로 갔는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그들만의 경험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를 무대로 활동하는 청년 강연자 5명이 '세상을 바꾸는 시간(세바시) 15분' 무대를 활용하여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탄자니아에서 뷰티와 의류사업을 하는 청년 여성 창업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아프리카 전문 크리에이터가 된 청년, 자체 개발한 휴대용 UV살균기(정수기)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 CEO, 춤에 대한 열정 하나만 가지고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나서 서아프리카 춤 전문가이자 여행사 CEO가 된 여성 무용가까지.
그들에게 아프리카는 더 이상 오지나 험지가 아니라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인류애를 실현하고, 열정을 다시 깨우는 '삶의 무대' 그 자체였다. 지역과 인종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고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선용하였다. 우리 같은 기성세대가 청년일 때는 아프리카까지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요즘 청년들을 보면 역시 독특하고 대범하고 대견하다. 나도 강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젊은 그들의 강연을 듣고 무언가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다섯 개의 강연 중 내가 인상 깊게 느꼈던 세 개의 강연을 브런치스토리 글로 소개한다.
"당신 가슴속에 잠자는 도전 에너지를 깨우는 마법의 단어가 있는가?"- 양문희 대표
가장 인상 깊었던 청년은 마지막 강연자로 무대에 선 서아프리카 춤 전문가 양문희 릴리컴퍼니 대표였다. 그녀는 서아프리카 춤을 한국에 최초로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아티스트들을 데리고 아프리카(코티디브아르)에 직접 가서 현지 아티스트들과 함께 춤추고, 연주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의 대표이다.
양문희 무용가 겸 릴리컴퍼니 대표
양대표는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관중들에게 도발적 질문을 던졌다. "자신을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는 당신만의 단어는 무엇인가?", "당신 가슴속에 잠자는 도전 에너지를 깨우는 마법의 단어가 있는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선생님 질문에 바로 답을 해야 하는 학생처럼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2년 전 그녀는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과감하게 떠났다.
양문희 대표와 서아프리카 아티스트들
그녀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추었던 무용보다는 코티디브아르에서 6시간 동안 춘 아프리카 춤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질문한 대로 서아프리카 춤을 추면서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도전의 에너지를 깨운 것이다. 그 춤이 자신을 다시 살게 했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고 고백했다. 아프리카 춤을 출 때 그녀는 에너지가 넘쳐흘렀고,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남과 다른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삶을 디자인한다" - 오환종 대표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7억 8천만 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깨끗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등 물문제로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 매년 8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오염된 식수를 마시고 사망하고 있다. WHO는 국제 기준에 맞게 식수 위생을 관리하는 나라는 전 세계의 2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세계 다른 지역보다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심각한 물문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인 10명 중 3명이 물부족에 직면해 있다. 흙탕물이라도 마실 수밖에 없는 극한 조건이다. 기후변화와 무력분쟁으로 인해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은 2억 명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아프리카인 5명 중 2명이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오환종 (주)tAB 대표
사회적 기업 (주)tAB를 운영하고 있는 오환종 대표는 휴대용 UV살균기를 개발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 식수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 청년 창업자다. 휴대용 UV살균기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의 졸업작품이었다. 병마개 형식으로 되어 있고, 휴대폰 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하다. 작년 한국과 우간다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살균기 500대를 우간다로 보냈다. 오대표는 자신이 보급한 살균기가 조산소에 설치되어 신생아들에게 정수된 물로 분유를 타서 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오환종 대표가 개발한 병마개 모양의 UV살균기
아프리카 못지않게 필리핀과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 또한 오염된 식수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이어서 두 나라 농촌지역에 살균기 2000천대를 보급해서 물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했다. 살균기가 보급된 마을의 수인성 질병 발생률은 3개월 만에 60% 이상 감소되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The Right of Life, '생명의 빛'이었다. UV살균기를 통해 정수된 물이 그들에게는 생명수였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또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 행복하기 위해 성공하려고 노력하는데, 성공하면 행복할까? 우리가 꿈꾸는 행복과 성공은 비례하는가? 우리는 행복, 성공이란 단어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다니지만 그것에 대한 정의나 기준은 흐릿한 경우가 많다.
오환종 (주)tAB 대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오지를 찾아다니며 살균기를 보급하고 있는 '청년' 오환종 대표는 행복과 성공을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를 가지고 따진다면 저는 성공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얼마나 행복한지를 가지고 따진다면 저는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 일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누군가 저에게 인생의 정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행복감 그리고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과 성공이다.
"편견으로 가득한 아프리카 정보가 진실일까? 경험이야말로 가장 순도 높은 진실이다." - 이소미 대표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던 이소미 나인티프로덕션(90 Production) 대표의 강연도 울림이 있었다. 혼자 탄자니아에 뛰어든 그녀는 현지에서 화장품과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젊은 CEO이다.
이소미 나인티프로덕션(90 Production) 대표
탄자니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모바일 커머스가 발전하고 있다. 탄자니아 여성들은 유럽과 미국의 화장품에 익숙한데, 주로 SNS를 통해서 화장품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탄자니아 화장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8.4%에 달한다.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다 보니 가품까지 등장하면서 '짝퉁 논란'도 심해졌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 점에 주목하여 진품 화장품 홍보를 위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섰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ESOMI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탄자니아 전통 원단을 이용한 의류제작 사업까지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영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탄자니아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 또한 탄자니아로 오기 전까지 아프리카의 치안과 위생 문제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도 많이 접했다. 그러나 막상 살아보니 탄자니아는 내전도 없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로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탄자니아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펼쳐가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가 진실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 "경험으로 얻은 정보만이 진실"이라고 스스로 답을 했다.
5인 5색, 아프리카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갖고 있었다. 아프리카로 향하게 된 이유도,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도, 하고 있는 일도 달랐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능력을 펼칠 무대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것이다.
내가 그들의 강연에서 주목했던 것은 그들의 성공이야기가 아니다. 현 단계에서 그들이 성공했다고 성급하게 단정할 수도 없다. 내가 주목한 것은 아프리카 진출을 결심한 그들의 도전정신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열정과 좌절을 극복한 투지이다. 아프리카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청년들은 국경을 뛰어넘고, 편견을 뛰어넘고, 그리고 자신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지금까지는). 그들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진화할 것이다. 젊은 그들의 이야기가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것만으로 그들은 존경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바람이 있다면, 나는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대학, 단체, 그리고 개인까지 아프리카 진출과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를 희망한다. 그 대열의 맨 앞에서 열정과 실력, 인류애를 갖춘 우리 청년들이 과감하게 아프리카 대륙에 뛰어들기를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