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이슬람 및 다민족 사회와의 협력 방안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류를 얘기할 때 동남아시아 지역을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동남아시아 국가들 내 한류의 역사는 길고, 팬덤 또한 두텁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한류 팬덤은 전 세계 2억 3천만 명 중 약 25%를 차지한다. 특히 태국, 베트남과 더불어 말레이시아에서 한류의 확산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연방국으로 13개의 주와 3개 연방 직할구로 구성돼 있으며 민족 구성에서도 크게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로 구분된다. 지역에 따라 인구 구성이 상당히 달라서 문화와 소비 패턴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민족·다문화 영향으로 해외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편인데, 한류를 통한 문화 전파로 인해 뷰티, 푸드, 안경 등K-상품의 구매로 쉽게 전환되고 있으며, 실제로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다양한 B2C 영역에서 한류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10월 1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디지털 혁신 페스타(DINNO) 2024'의 부대행사로 열린 'Future Tech Conference 2024'의 'K엔터테크 세션'에서 '한류4.0-AI시대 상호협력 및 한류의 미래'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되었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가 사회자로 토론을 진행했고, 패널로는 최인숙 TRA미디어 대표[태국], 이선우 JTBC PD[베트남], 임패여(Julia Lim) 남서울대 교양대학 교수[말레이시아],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글로벌]가 참여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의 한류 현황,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 교류·협력 강화 등 한류의 발전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가운데 말레이시아 한류 현황 등을 설명한 임패여 남서울대 교수의 얘기를 따로 정리하여 '브런치스토리'에 올린다. 임패여 교수는 국립 Malaya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고, 서울대에서 한국학 석사, 국제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남서울대 교양대학에서 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국립국어원 명예 K-티처로도 활동하고 있다. 임패여 교수가 전하는 '말레이시아의 한류 열풍' 얘기를 들어보자.
고삼석 석좌교수와 임패여 교수
말레이시아 한류, 소셜미디어 중심 확산
(고삼석 교수) 임패여 교수님은 말레이시아 출신이고, 대학까지 말레이시아에서 다녔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현지 한류 분위기를 생생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입니다. 말레이시아 내 한류 동향, 그리고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콘텐츠 교류 및 협력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임패여 교수)말레이시아 내 한류 소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했으며, 그 중심에는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류는 K-pop, K-드라마, K-뷰티, 그리고 한국 음식 등으로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으며, 특히 말레이시아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첫째, K-pop의 경우 말레이시아 젊은 층에서 매우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BTS와 블랙핑크 같은 글로벌 아이돌 그룹들은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열성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BTS의 경우, 맥도날드와 협업해 출시한 ‘BTS 세트’가 그 인기를 잘 보여줍니다. 2021년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12개국에서 처음 판매되었고, '말레이시아 아미들'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이 세트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세트의 포장 용기는 팬들에게 ‘굿즈’처럼 여겨졌고, 온라인에서 거래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BTS와 말레이시아 팬들 간의 강한 연결고리를 보여주며, K-pop 팬덤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The BTS 세트 (출처: 맥도날드)
블랙핑크 또한 말레이시아 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지난해 스타벅스와의 협업을 통해 블랙핑크의 음악이 매장 내에서 흘러나왔고, 블랙핑크의 이미지가 담긴 음료와 굿즈가 판매되면서 K-pop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K-드라마 역시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 덕분에 말레이시아에서 쉽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K-드라마를 통해 이미 어느 정도 한국 문화를 경험한 후 유학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셋째, K-뷰티와 한국 음식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한국의 뷰티 제품을 소개하거나, 말레이시아 내 한국 레스토랑이 소셜미디어에서 주목받으면서 한국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레이시아 내 한류 소비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들 디지털 역량 기반 한류 확산 전략 필요
(고삼석 교수) 현재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면서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 어떤 방법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콘텐츠 및 문화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임패여 교수)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 한류 및 콘텐츠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교육과 AI 기술을 활용한 교류가 중요합니다. 말레이시아에는 'AI untuk Rakyat', 혹은 “국민을 위한 AI” 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국민들의 AI 이용역량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자기 학습 프로그램'입니다.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은 학생과 교수는 물론, 콘텐츠 제작자 간 인적 교류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ASEAN 지역의 청년들이 기술과 문화를 융합하여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SEAN 국가들은 기술 발전과 함께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 이용률도 높아 한국에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청년들이 디지털 역량을 발휘하여 국경을 초월한 문화 교류를 이끌 수 있습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깊은 상호 이해와 협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협력하여 이슬람권 진출 확대
(고삼석 교수)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한류'를 위한 기술, 콘텐츠 제작 및 정책 혁신 방안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 주시죠. 특히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로 중동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에 한국과 공동으로 진출하는 사업들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 가운데 가장 투명하고 제도화된 할랄 관련 규정 및 법규를 가지고 있으며 발전된 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장 우수한 할랄 산업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 전 세계 20억 무슬림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켓 테스트 및 인프라 활용이 가능하며 말레이시아는 중동과의 접점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지리적인 환경을 이용하여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한국 관련 상품, 콘텐츠, 문화의 자연스러운 노출이 가능한 국가임(2022년 말레이시아 한류 동향,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 인용)
(임패여 교수)말씀하신 대로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일 뿐만 아니라, 다민족 사회로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고 있습니다. 이슬람이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를 강조하기 때문에 한국이 중동 및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할 때 말레이시아는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할랄 인증(Halal certification)된 음식과 같은 이슬람적 요소를 고려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의 다민족적 특성을 활용하여 한류 및 콘텐츠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최근 말라야대학교에서 할랄 푸드를 연구하고 있는 나스루딘(Nasruddin Md. Akhir) 교수님이 언급하셨듯,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동남아 이슬람 및 다민족 사회와의 협력 방안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