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새미 아빠 고삼석 Nov 16. 2024

미국은 왜 다시 트럼프를 선택했는가?

선택 기준은 도덕성 아닌 '문제해결 능력'

#1

미국 대선 후 한 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미국에 와서 일주일을 보냈다. 미국 입국 전에는 대선 직후라 선거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폭동(?)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한 생각도 없지 않았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호텔의 TV 전원을 켜면 아침, 저녁으로 CNN, ABC, NBC, CBS 등 방송 채널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2기 트럼프(Donald J. Trump) 정부'의 정치, 경제, 국제 관계 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집중 논의하고 있다.


출처: Google Searching

특히 새 정부에서 대통령과 함께 일할 장관 후보자 지명이 본격화되면서 후보자 검증 보도, 후보자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그 가운데 국방부장관, 법무부장관, 정보국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가장 뜨거운 것 같다. 청소년 성매매 혐의, 친러시아 활동 등 누가 보더라도 하나 같이 논란이 될만한 경력(국방장관 후보자는 경력이 너무 없어서 논란)의 후보자들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이런 흠결 많은 인물들을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단순히 알리는 보도가 대부분이지만, 대체로 "트럼프 당선자가 왜 함량 미달,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냐"며 격하게 반대하는 여론을 비중 있게 전달하고 있다.


출처: NBC News(2024. 11. 14) 화면

#2

그래서 궁금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밥먹듯이 법을 위반하며,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스타일의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을까? LA에서 만난 기업인, 대학 교수, 자영업을 하고 있는 교포들, 우버 운전기사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왜 미국 시민들은 트럼프 후보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택했는가"직설적으로 물었다. 내가 만난 이들은 대체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가 당선된 결과를 놓고 흥분하면서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은 없었다. 여론주도층 일부는 미국 주류 언론 보도와 달리 현장 분위기는 트럼프가 압승할 것으로 일찍 예상되었다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후보가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어떤 후보가 정직하고 청렴한 후보냐'를 기준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지금 미국이 직면한 현안을 누가 더 잘 해결할 수 있느냐"를 놓고 적임자를 선택한 선거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미국 유권자들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해리스 후보보다는 트럼프 후보가 현안을 더 잘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표를 한 것이다.

특히 일반 유권자들은 물가 문제와 더불어 불법 입국자(체류자) 문제를 방치한 바이든 정부에 단히 화가 나있었다. 국경을 막지도 않고, 기존 불법 체류자 문제를 방치하고, 자신들이 낸 세금이 불법 입국자와 체류자 지원에 사용되는 것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LA 지역은 남미로부터 온 불법 입국자 증가로 인해 치안문제가 악화되었는데,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 심판론'이 작동하여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정권이 재창출되면 불법 체류자 문제를 방치하거나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물론 캘리포니아주 전체로는 해리스 후보 지지가 높았다.


LA 코리아타운 내 한식당 용수산

때문에 향후 트럼프 정부 임기가 시작될 경우 불법 입국자 문제나, 이민자 문제에 강경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암묵적으로 불법 체류자를 비교적 낮은 임금으로 채용하고 있는 일부 사업장의 경영주들은 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 강화와 이로 인한 구인난 등 트럼프 후보 당선의 '유탄'맞을 것을 걱정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3

객관적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해리스 후보가 아시아계이고, 백인이 아니어서 유권자들 지지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 질문에 "그런 요인보다는 미국에서 여성이 대통령 되기는 아직 시기상조다"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동시에 8년 전 트럼프에게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여성이었던 점도 동일한 맥락에서 대통령 당선이 힘들었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선거 캠페인 전략의 문제나 미국 선거제도의 결함이 더 컸지만 말이다. 선진국 미국에서도 여성의 정치적 권리가 더욱 신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미국의 앞날이 밝지 않다." 필자가 LA에서 만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2기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당선자의 예측불가능한 언행, 공직자로서 준법의식 결여, 코로나 팬데믹 당시 미국 사회의 대혼란에서 확인된 당선자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 장관 후보 지명 등 용인술에서 보여 준 불통과 안하무인식의 국정 운영 스타일 등은 미국의 앞날, 특히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 것이다"고 걱정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후보자의 선거 구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였던 만큼 미국 국익만 지나치게 앞세울 경우 자칫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 지역분쟁 등 글로벌 차원 이슈 관리와 협력은 등한 시 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로 인해서 세계 정치, 경제 상황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같지는 않다고 전망하였다. 한 전문가는 "1기 트럼프 정부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이 2기에서 그대로 재연된다면 트럼프 당선자가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4

트럼프가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장관 후보로 지명한 '트러블 메이커'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대해서도 ICT업계 및 학계 관계자들은 큰 관심과 함께 우려를 표명하였다.


지난 12일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머스크가 미국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정부효율부를 이끌 것"이라며, “이 두 멋진 미국인은 함께 우리 행정부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적 지출을 줄이며, ‘미국 구하기’(Save America) 운동에 필수적인 연방 기관 구조조정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 매체인 가디언(the Guardian)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사들였고, 이제 그는 한때 세계 최강국이었던 나라의 그림자 지도자(the Shadow Head of State)가 되었다”라고 걱정을 한 바 있다.


트럼프 후보 선거운동에 참여한 일론 머스크

트럼프 정부에서 머스크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치적 '이단아'라고 할 수 있는 머스크가 당선자의 측근들에 의해 철저하게 견제를 당하고, 그래서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 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고, 25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선거자금을 선거캠프에 '투자'하여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실세'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고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머스크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거대 IT기업 오너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로 인해서 국정 운영과 기업 CEO의 역할 및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경유착의 부정적 결과가 더 크게 표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시각도 우세하였다.


#5

나의 마지막 관심사는 트럼프 정부에서 소셜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의 미래였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지난 4월 미국 의회가 주도하여 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기업 중국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을 6개월 내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배포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후보는 선거 기간 유권자들에게 '틱톡 금지를 막고 앱을 살리겠다'라고 공약했다. 트럼프 후보 선거캠프에서는 "미국에서 틱톡을 구하려면 트럼프에게 투표하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12일 자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 측근들은 "미국에서 틱톡이 금지되지 않도록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기준 틱톡의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는 15억 명을 넘겼고, 미국 내 이용자는 1억 8천만 명 수준이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셜 커머스인 '틱톡샵'의 2024년 글로벌 매출액은 500억 달러로 전망되며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인 175억 달러가 미국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틱톡샵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의 산업 생태계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끝났다. 호불호와 무관하게 '2기 트럼프 정부'의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안보가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 또한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또한 '가치동맹'에만 매몰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국정과 외교관계를 운영해 나가야 할 이다. 우리가 우리의 국익을 지키고, 확장시키지 않으면 세계 어떤 나라도 대신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Google LA Campus
작가의 이전글 한류와 아시아 콘텐츠 산업의 '공진화'는 가능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