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누구게?"라는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는 누구...
멀리 불에 타는 술집 건물이 보이고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미나토와 싱글맘인 사오리는 불구경을 하기 위해 발코니에 함께 선다. 그리고 미나토가 갑자기 묻는 것인지 혼잣말인 것인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사오리는 무슨 이야기인지 묻고 미나토는 자신의 담임인 호리 선생님이 말해준 어떤 연구의 내용이라고 하고, 그 저녁은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저 멀리에서 불이 났고 이쪽은 평온한 시간은 이제 끝이 났다. 사오리는 자신의 아들 미나토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그 원인이 담임인 호리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제 사오리는 아들이 당한 언어 폭행 그리고 물리적 폭력에 항의하기 위하여 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가해자인 호리 선생님 그리고 학교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교장 선생님은 판에 박힌 대사만 읊조릴 뿐 진실이 담겨 있는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초반부인 이쯤까지 보게 되면 가해자인 선생님과 이를 은폐하려는 학교 당국 그리고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라는 전선을 확인하게 된다. 영화의 제목인 괴물에 해당하는 것은 호리 선생님이고, 불구경을 하던 아들이 불붙은 건물에 있는 술집에 호리 선생님이 다닌다는 이야기를 했던 사실도 퍼뜩 떠오른다. 이제 관객들은 이 괴물이 숨기고 있는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지만 영화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챕터가 따로 나뉘어져 있지 않지만 미나토의 어머니의 시선으로 진행되던 영화는 이제 호리 선생님의 시선으로 바뀐다. 사실 호리 선생님은 아직 닳기 이전의 시기, 그러니까 아이들을 향하여 순한 시선을 간직하고 있는 좋은 선생님이다. 호리 선생님을 나쁜 선생님으로 몰아간 것은 오히려 미나토였음이 밝혀진다. 이제 새롭게 등장한 괴물은 미나토이다. 미나토는 호리 선생님을 괴물로 몰아간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영화는 다시 한번 새로운 시선으로 바뀌게 된다. 대체 미나토는 왜 호리 선생님을 괴물로 몰아본 것일까. 이제 영화는 미나토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같은 반 친구인 요리가 바짝 다가온다.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던 요리와 미나토는 가까워진다. 둘은 친구가 되지만 다른 아이들과 있을 때는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미나토에게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 부르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 부르는 거야
두 사람만 있을 때 미나토와 요리는 가장 행복한 이들이 되지만 그것을 지속시킬 수가 없다. 게다가 우정 이상의 느낌에 도달하는 순간 미나토는 세차게 요리를 밀쳐내 버린다.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요리를 미나토 또한 밀어내지만 오래 가지는 않는다. 폭풍이 몰아치던 날 미나토와 요리는 그들의 아지트인 산중의 버려진 열차에 함께 올라탄다.
우린 새로 태어난 걸까?
그런 일은 없는 것 같아.
없다고?
없어, 원래 그대로야.
그래? 다행이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다. 둘이 열차를 빠져나와 햇살 속으로 달려 나가며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소름이 돋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기를 강요하는 사회를 향하여 던지는 서정적인 일침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하여영화에서 괴물로 오인받았던 인물들은 모두 그 오해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럼에도 “괴물은 누구게?”라는 이 아이들의 물음은 유효해보인다. 그리고 서둘러 이들을 괴물로 오해하였던 우리들은 그 물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안도 사쿠라, 히이라기 히나타, 타카하타 미츠키 출연 / 괴물 / 127분 / 2023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