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가족 보다는 세계'를 위하여 자신의 소원을 포기하는 이 소년의 용기라니

by 우주에부는바람

이렇게 귀여운 형제가 있다니... 게다가 이 영화 속 형제 코이치와 류노스케는 실제로도 친형제라고 한다. 영화를 찍을 때 11살과 13살이었던 이들 형제는 영화를 찍기 이전 이미 오사카 지역에서 만담가 등으로 활동을 한다고 하니... 감독은 이들 형제를 만나고 나서 아예 (원래 가고시마의 소년과 하가타에 사는 소녀의 만남이라는) 스토리를 수정하여 형제에 관한 이야기로 바꿔 버렸다고 한다. 그리하여 영화는 엄마를 따라서 가고시마의 외갓집으로 오게 된 형 코이치와 아버지와 함께 후쿠오카에서 살게 된 동생 류노스케의 이야기가 되었다.


가고시마의 코이치는 코앞에 있는 화산에도 (실제로 가고시마에는 사쿠라지마 화산이 있고, 그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영화도 바로 그곳에서 찍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태평하기만 한 사람들도 이상하고, 사람을 귀찮게 하는 (영화는 코이치가 학교에 등교하기 전에 화산재로 더럽혀진 방을 청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화산재도 싫다. 더더욱 싫은 것은 이렇게 영영 가족이 합쳐지지 못하고 나뉘어 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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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코이치는 어느 날, 곧 신칸센이 개통되는데 그렇게 개통된 신칸센의 두 기차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눈앞에서 연기만 모락모락 피워대는 저 화산이 폭발해버린다면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라며, 화산 폭발이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 단짝 친구 두 명과 함께 (이들의 소원은 야구 선수가 되는 것과 여선생님과 잘 되는 것) 열차가 교차하는 그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한다. 코이치에게서 연락을 받은 후쿠오카의 류노스케 또한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자신들의 소원을 빌기 위해 합류하고, 드디어 이들 7명의 소년과 소녀는 자신들의 소원을 적은 깃발 옆에서, 두 대의 열차가 스쳐 지나가는 그 굉음 속에서 소원을 외친다.



그래서 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냐고?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스포일러 일 수 있지만 난 사실 마블이라는 이름의 개가 살아나기를 영화 속 소년만큼이나 빌고 또 빌었지만... ㅠ.ㅠ) 이들 또한 소원이 이뤄지느냐 이뤄지지 않느냐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린 나이이지만 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소원은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며,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하룻밤의 여행이 아니라 더욱 고단한 시간이 필요한 것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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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적은 실제로 그것이 이뤄지는 순간이 아니라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영역에서 더욱 빛이 나는 법인지도 모른다. 천명관의 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서 마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꿈이 현실이 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야. 꿈을 꾸는 동안에는 그 꿈이 너무 간절하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고 나면 별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거든. 그러니까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니야. 정말 창피한 건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졌느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이 아이들은 소원을 가지고 있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들 인생 최대의 모험을 감행할 용기가 있는 것이니까...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奇跡)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마에다 코키, 마에다 오시로, 오츠카 네네, 오다기리 조, 키키 키린 출연 / 128분 / 2011 (2011)



ps.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아무도 모른다>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똑같이 아이들을 중심에 놓지만 훨씬 밝고 경쾌한 영화여서 끊임없이 웃고는 하였지만, 불쑥불쑥 <아무도 모른다>의 아키라가 떠올려지는 어른스러움도 있었다. 아버지가 하는 인디 음악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동생을 향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음악’이라고 말한다거나 왜 화산 폭발이라는 소원을 말하지 않았느냐는 동생을 향하여 “가족 보다는 세계를 선택하기로 했거든.” 이라고 말하는 순간에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른스러움이 눈물을 부르는 대신 미소를 짓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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