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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Jul 31. 2024

우에노 지즈코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부모님의 현재를 교사로 삼아 노후와 죽음을 공부하는 중...

  저자는 오사카의 이비인후과 의사인 쓰지가와 씨가 쓴 세 권의 책―《노후는 혼자 사는 게 행복하다》(2013), 《둘의 노후도 이렇게 하면 행복하다》(2014), 《속편 : 노후는 혼자 사는 게 행복하다》(2016)―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쓰지가와 씨는 자신의 병원을 이용하는 60세 이상의 고령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서 ‘혼자 사는 고령자의 생활 만족도가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보다 높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 ‘입회인 없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것은 죽어가는 사람일까, 남겨지는 사람일까? 취재하면서 보니 임종을 지켜보고 싶어 하는 쪽은 죽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를 ‘임종 입회 콤플렉스’라고 이름 붙였다... 초고령 사회의 죽음은 속도가 느리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죽음이다. 작별 인사와 감사의 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리미리 하는 게 좋다.” (p.99)

  쓰지가와 씨는 ‘2인 가구의 노후 행복의 비결’ 일곱 가지로 서로를 이해한다, 가사 분담을 확실히 한다, 가치관이 달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 눈앞의 불만은 사소한 거라 생각한다, 둘이 있을 때부터 미리 혼자가 되었을 때를 준비한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거리를 둔다, 자신의 세계에 파고든다,를 제시했고, 자신의 3부작의 결론으로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 돈 부자보다 사람 부자 되기, 타인에게 신세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를 들었다.

  『간병이 필요한 고령자는 자기 일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여유가 있어야 주변 사람도 배려할 수 있다. 자신에게 여유가 있을 때나 자녀에게 “너도 할 일이 많을 테니 어서 돌아가”라고 말할 수 있다. 치매에 걸리면 과거와 미래는 없고 오직 현재뿐이다. 아기와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아기 때는 완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살았다. 그런 생활을 점점 억제해가는 과정을 성장한다고 한다. 나이 먹어서는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가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은 채 오로지 현재만 보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pp.138~139)

  저자인 우에노 지즈코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라는 과감한 제목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쓰지가와 씨가 노후 3부작을 쓰면서 사용한 데이터(독거 노인과 동거 노인 혹은 1인 가구에서 4인 이상 가구 사이의 만족도 비교, 마찬가지의 그룹을 가지고 조사한 고민도, 외로움, 불안 비교와 같은) 덕분이었다. 그 데이터들은 분명히 혼자 사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과 비교해서 더 낫다, 라고 말하고 있다.

  『... 최근에는 노인 보건 시설이나 특별 양호 노인 홈 모두 간호를 당연하게 여겨서인지 입소 시에 가족에게 임종에 대한 ‘동의서’를 받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마지막에는 병원으로 보내겠습니까, 아니면 그대로 방에서 간호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고 한다. 각종 연명 장치의 사용 여부를 ‘예/아니오’로 선택하는 것은 사전 지시서와 같다. 본인이 아니라 가족의 동의를 받는 이유는 입소자의 태반이 치매이기 때문이다.

  다카구치 씨의 시설에서도 가족 동의서를 받느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나요?“라고 다시 물으니 그녀의 대답은 감동적이었다.

  ”살고 죽는 데는 정답이 없어요. 가족과 직원이 함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이면 돼요.“』 (pp.166~167)

  다만 거기에는 어쩔 수 없이 도래하는 허약의 시기,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간병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였을 때 적당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는 전제가 깔려 있기는 하다. 쓰지가와 씨가 데이터를 만들면서 사용한 노인 그룹은 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중산층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 일단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자 아내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너무 중요한 것이라며,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라며 나를 추궁했다.)

  “... 간병 보험이 불러일으킨 큰 변화 중 하나는 돌봄 노동이 무료가 아니라는 상식을 널리 정착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간병은 여자의 무임금 노동이었다. 나는 이를 ’감사 없는, 평가 없는, 대가 없는 노동‘이라고 불렀다. 특히 며느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강제 노동‘이었다. 어느 해외 문헌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간병은 강제 노동‘이라는 글을 보고 무릎을 쳤다... ’간병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노동‘이라는 사실을 하나의 ’상식‘으로 일본인들 사이에 널리 퍼트린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단 돈을 내면 갑자기 지금까지 공짜였던 것의 가치를 알게 된다...” (pp.191~192)

  아버지는 두어 달 전 요양 등급을 받았고 하루에 세 시간, 일주일에 다섯 번의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다. 얼마 전 아버지가 입원을 하게 되어 급히 간병인을 구하였다. 60세의 남자분이었는데 9일간의 서비스에 가족 모두가 만족하였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번갈아 가며 병실을 지켜야 했을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현재를 교사로 삼아 나는 노후와 죽음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중이다. 우등생도 열등생도 피할 수 없는...

우에노 지즈코 / 이주희 역 /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한다 (在宅ひとり死のススメ) / 동양북스 / 213쪽 / 20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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