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에부는바람 Oct 13. 2024

팀 로빈스 감독 <데드 맨 워킹>

속시원한 감동대신 희뿌연한 딜레마로 가득하지만...

*1996년 8월 2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속 시원한 감동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간객들의 이성적인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는 영화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영화는 두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 체계에 유연하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못하도록 관객의 양팔에 긴 추를 매달아 놓은 것 같다. 


  사형제도는 존재해도 좋은 것인가? 영화 속에 보이는 인간에 의한 인간의 단죄는 신에 의한 인간의 구원과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 영화의 커다란 틀 안에서 보자면 사형 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할 신에 대한 인간의 저급한 도전 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인간의 법이 있고 신은 인간 세계를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다. 자신의 딸과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심경 피력은 그래서 마땅히 이해받아야 할 감정이지, 결코 과잉된 감정으로 인한 신을 향한 도전일 수 없다. 


  하지만 딜레마는 계속된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자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살인자에 의해 자행된 살인이든 법의 집행이라는 틀 안에서 자행되는 살인이든 마찬가지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순환은 결국 도덕적 파멸로 이어질 뿐이다. 


  이 도덕적으로 난처한 딜레마의 상황이 도처에 흩뿌려져 있는 영화는 수잔 새런든과 숀 팬에 의해 뒷받침된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사형수를 지키는 수녀로 열연한 수잔 새런든과 이지적이면서도 동시에 저열한 사형수를 연기한 숀 팬은 훌륭하다. 이처럼 황금률을 지키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은 흔하지 않다.

 

 

데드 맨 워킹 (Dead Man Walking) / 팀 로빈스 감독 / 수잔 서랜든, 숀 펜 출연 / 122분 / 1996 (199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