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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Nov 15. 2024

고양이(들녘)의 애착 담요

모든 고양이에게 애착 물건 하나쯤은 있다...


  들녘이는 2009년 가을, 태어나 두 달 어귀에 우리에게 왔다. 


  2024년 올해로 십오 년을 꽉 채우고 이제 십육 년째 우리와 함께 하게 되었다. 


  천방지축의 새끼 고양이 들녘은 사람을 무척 좋아했는데, 두 살 즈음이던가, 크게 아파 열흘 정도 동물병원에 입원했다가 돌아온 이후부터는 사람을 겁내게 되었다. 고양이 용이를 엄청 괴롭혔지만 용이가 아픈 다음에는 눈에 띄게 배려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아내와 나는 고양이 들녘이의 선한 제스처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용이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부러져 뼈를 끊어내는 수술을 감내한 길 고양이를 집에 들였다. 길 고양이는 들풀이가 되었고, 들녘이는 어린 들풀이의 넘치는 활력을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했다. 어리고 아픈 고양이 들풀에게 잔뜩 신경을 쓰다가 들녘이를 돌아보라는 아내의 쓴소리를 들었다. 


  이제 들풀이는 우리와 함께 한지 육 년이 되어 가고, 두 고양이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돌아다니다가 잘 때는 아내가 따로 챙겨두는 아내 베개 위의 들녘이 전용 베개에서 함께 한다. 


  그런 들녘에게 어느 순간 애착 담요가 생겼다. 쇼파 위에서 잠시 시들 때 배를 덮는 용도로 갖다 둔 담요인데 들녘이 차지가 되었다. 담요의 접힌 모양과 크기에 딱 맞춰서 눕고, 담요를 옮기면 따라 움직여서 딱 눕는다. 그 나이에 애착 담요라니, 라면서 아내와 나는 자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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