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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Nov 01. 2024

고양이(들풀)는 고양이(들녘)가 좋아

어린 시절의 너를 떠올려보렴 들녘아!!!

  고양이 들풀이 우리에게 온 것은 2019년이다. 그때의 사진을 보면 들풀이의 왼쪽 장단지에 털이 없는 흉터 자국이 보인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들녘이와 들풀이 밥 그릇에 츄르를 반절씩 뿌려주었는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하는 일도 같았다. (들풀이의 흉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약해져서 츄르를 너무 쉽게 주었다. 이후 올해까지 오년 여의 기간 동안 사료와 츄르를 함께 주었다. 이러한 식습관은 올해 초 내가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수정되었다. 들풀이만 그렇게 줄 수 없어서 그 기간동안 들녘이도 츄르와 사료를 같이 주었는데, 얼마전 발치 수술을 받아야 했다. 고양이 용이의 이빨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말짱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 들풀이의 왼쪽, 헐벗었던 부위의 털은 모두 자라났다. 흉터를 확인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들풀이는 마른 체형은 수정되지 않았다. 당시 한 달에 이백 그램 정도씩 착실히 무게를 늘려나갔지만 몸의 체적이 크게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들풀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들녘이 형아와 함께 하고 싶어한다. 



  들풀이가 집으로 오고 나서 한동안  들녘의 한쪽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고는 했다. 동물병원 선생님께 의논하였더니 아마도 허피스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며, 안약을 처방해주었다.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잠복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활동한 결과일 것이라 예측되었다. 몇 차례 안약을 넣어주고 낫고, 다시 눈에 문제가 생기고 안약을 넣어주고를 반복하였다. 이제는 완전히 나아졌다.


  들풀은 다른 어떤 장난감보다 들녘의 꼬리에 관심이 많았다. 들풀이 자신의 꼬리를 향해 덮쳐 올 때마다 들녘은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다. 서로의 목덜미를 약하게 물어대는 둘의 다툼 후에, 들녘은 나를 향해 야옹거리며 하소연을 하였다. 얘는 도대체 뭐죠?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죠?



  들녘은 제 꼬리를 들풀이 가지고 놀려고 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의 스킨십은 허용하고 있다. 들녘이 나를 향해 하소연 하면 나는, 어린 시절의 너를 떠올려보렴, 이라 말해주었다.


  사실 들녘도 어린 시절에는 고양이 용이와 함께 하고 싶어 안달을 내곤 했다. 물론 용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단 한 순간도 들녘에게 곁을 허락하지 않았다. 용이다운 올곧음이었다. 들녘은 몇 년 동안 내침을 당했고, 언젠가부터는 용이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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