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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6시간전

정보라 《그녀를 만나다》

근미래도 멀어, 지금 당장을 대상으로 하는 SF 소설의 미래...

  「영생불사연구소」

  영생불사연구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는 ‘영생불사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98주년(100주년도 아니고) 기념식을 앞두고 있으며 나는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소의 이름만큼이나 엉뚱한 것을 연구하고 있으나 조직은 또 일반적인 회사와 다름없는데, 거기에서 소설의 웃음 포인트가 발생한다. 영화배우 ㅂ 씨나 국회의원 박혁세 씨의 등장은 곁가지이다. 


  「그녀를 만나다」

  “제약은 없고, 부대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홍보하고 군내 성소자들을 보호하고 함께 애쓰고 있습니다.” (pp.86~87) 정보라 작가는 라이트한 SF소설을 쓰고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 성전환 수술 이후 군으로 복귀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변희수 하사를 향하고 있는 소설이다.


  「여행의 끝」

  “... 감염된 사람들은 다른 인간을 식료품으로 여긴다는 사실 외에 모든 면에서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러나 대화 중에 식인(食人)이라는 화제가 떠오르면 그때부터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을 먹으면 그 먹힌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식인 욕구를 억제할 수 없어 부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인식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이 ‘전염병’의 특징인지, 이 점에 대하여 훗날 전세계 의학계가 둘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였으나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론이 나기 전에 ‘전염병’이 너무나 급속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p.95) 가능한 거의 대부분의 방법으로 이 식인 병증의 전염병은 삽시간에 전지구로 퍼져나갔고, 전지구적 프로젝트로 확실한 비전염자들을 우주로 보내기로 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우주선에도 전염자가 발생하면서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아주 보통의 결혼」

  아내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는 한다. 어느 순간 남편이 의심을 하고 아내의 전화기를 들게 된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추궁한다. 아내는 실토하는데, 자신이 사실은 외계인인데 지구인의 보통의 결혼 생활을 조사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남편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데...


  「Maria, Gratia Plena」

  일종의 뇌사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의 뇌를 스캔하여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을 하는 나에게 한 여자가 배정된다. 그녀는 범죄자이고 스캔을 통해 그 범죄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캔이 거듭될수록 단순한 범죄가 아닌 그녀의 생의 또 다른 부분의 재현으로까지 소설이 진행된다.


  「너의 유토피아」

  인간들은 유토피아를 꿈 꾸었으나 실패했다. 이제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은 인간의 형상을 한 안드로이드 그리고 전원만 공급이 된다면 자율로 주행하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한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개체들이다. 그렇게 나는 아슬아슬하게 남은 전력량을 계산하면서 살아가고, 인간인 줄 알고 태운 안드로이드는 내게 ‘너의 유토피아는’ 이라고 묻는다.


  「One More Kiss, Dear」

  사물인터넷을 내재하여 발전한 상태인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5305호 거주자와 일종의 감응을 하게 된다. 5305호 거주자는 파킨슨 병에 걸린 93세의 여성이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지하 8층으로 향하고 엘리베이터는 그녀를 위한 음악 선곡을 한다. 


  「씨앗」

  “인간은 나무를 베었다. 숲을 죽였다. 식물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씨 없는 식물은 인간이 먹기에는 편리해졌지만 스스로 자손을 퍼뜨릴 수 없게 되었다.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모든 식물종의 씨앗은 모셴닉에서 유전자를 조작하고 모셴닉에서 특허를 냈다. 그렇게 조작된 씨앗은 단 한 번만 발화했다. 한번 발화하여 성장하여 열매를 맺고 나면 수확한 열매를 다시 심어 키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열매 안에는 씨앗이 없기 때문이다...” (p.337) SF 소설에 나오는 설정이 아니라 이것은 실제 이야기이다. 식물 유전자를 이용한 돈벌이는 이미 위의 문장과 같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매년 자신이 키울 작물의 씨를 사지 않으면 다음 해에는 더 이상 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한 소작농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정보라 / 그녀를 만나다 / 아작 / 353쪽 / 20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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