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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Nov 29. 2024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 <플래닛 테러>

B급 하드고어 좀비 액션물의 재림...

*2008년 7월 7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그때 그 시절 B급 영화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아마도 이러한 모토를 가지고 제작된 것이 아닐까 싶은 <플래닛 테러>는 원래 작년 개봉된 <데쓰 프루프>와 하나의 짝을 이루는 두 편 동시 개봉 영화여야 마땅했다. (나 또한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영웅본색>과 <씨받이>를 동시 개봉 영화로 본 적이 있는데, 이 안하무인의 동시 개봉 영화 조합에 혀를 내둘렀던 고딩 시절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지루한 <데쓰 프루프>의 초반부를 지나 발차기로 마감되는 화끈한 <데쓰 프루프>의 마지막 명장면을 지나, 내용의 연결은 거들떠도 안 보는 <플래닛 테러>의 초반부를 지나 화끈한 외발 미녀의 발차기 기관총 세례라는 전무후무한 시퀸스를 포함한 <플래닛 테러>의 후반부로 (세 시간이든 네 시간이든) 쭈욱 영화가 이어졌다면 좀 더 호쾌하고 특별한 감상의 기회를 누릴 수 있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대체로 유머와 사지절단이 결합된 영화에 주눅들지 않는 편인 나로서는 절단된 한 쪽 다리를 기관총으로 대신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플래닛 테러>를 작년부터 기다려왔다. 물론 <데쓰 프루프>의 통쾌하다못해 후아 한숨 뿜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도 나쁘지 않았지만 <플래닛 테러> 예고편에 등장하던 이 여자의 발차기와 결합된 다다다다 기관총 세례만큼 흥분지수를 높일 수는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드디어 개봉... 물론 코믹함이 가미된 정통 B급 액션물쯤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B급 좀비 영화에 코믹함과 액션이 가미되었음을 알고 조금 실망하기는 했지만 대체로는 만족스럽다. 비열하고 끝까지 추악한 인물이 있는가하면 기름기 뚝뚝 떨어지는 남부 남자들의 형제애가 느닷없이 등장하고, 동성애와 부녀애가 종횡무진하는가 하면 철저하게 마초 표정으로 일관하는 경찰과 군인까지 있어야 할 것은 모두 있는, 그러니까 그게 몽땅 한 솥에 넣어 끓이고 나니 잡탕이 되어버렸는데, 아니 이런 잡탕도 맛있을 수 있잖아, 하는 의외의 느낌 같은 것...  



  줄거리는 여타 좀비 영화의 플로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텍사스의 한 마을에서 DC-2 라는 바이러스가 확산된다. 마을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급기야 좀비로 변하게 되고, 이 좀비는 여타의 좀비들처럼 다른 마을 사람을 물고, 물린 마을 사람들은 다시 좀비가 되고, 이렇게 떼로 변한 좀비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상인들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고, 남은 사람들은 힘을 합하여 좀비들에 대항하며 살길을 찾고, 그 와중에 이들 중 몇몇이 희생양이 되거나 희생을 하고, 결국 몇몇 남은 사람들은 탈출에 성공한다는 그런...


  하지만 영화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뒷좌석에 포진해 있던, 어디 동아리에서 함께 납시셨는지, B급 영화를 B급 영화답게 관람하기로 작정한 젊은이들이었는데, 이들은 시종 오바를 마다하지 않으며 웃고 박수치는 호들갑 리액션을 거듭하여, 장내를 그때 그 시절 동시 상영관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고나 할까... 모든 이들이 모두 즐겁게 볼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몇몇 이들에게는 때아닌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한 그런 영화다...

 

 

플래닛 테러 (Planet Terror) /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 / 로즈 맥고완, 프레디 로드리게스 외 주연 / 105분 / 20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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