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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데쓰 프루프>

타란티노식 퍼포먼스의 또다른 절정...

by 우주에부는바람

뜨아!!! 지루하지만 결국 재밌다, 이럴 수도 있다, 타란티노라면... <저수지의 개들>에서 <펄프 픽션>으로, 그리고 <포 룸>과 <재키 브라운>을 거치면서는 뜸했지만, 다시 <킬 빌>로 명예회복을 하여 여기 <데쓰 프루프>까지... 십오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악동 타란티노는 여전히 건재한 듯하다. 사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어디서 저런 엉뚱하고도 기가막힌 막가파식의 장면들이 등장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영화는 커트 러셀이라는 스턴트맨 혹은 사이코 연쇄 살인범을 (처음에 이 역은 미키 루크가 하기로 했었단다, 미키 루크도 괜찮았을텐데, 하지만 커트 러셀 또한 얼마나 어울리는지...) 매개로 한 두 개의 이야기로 온전히 나뉘어져 있다. 이 스턴트맨으로 등장하는 두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의 전반부는 서너 명의 여자들이 등장하여 바에서 혹은 자동차 안에서 끊임없이 수다를 (정말 지루했다, 아내는 그런 수다가 익숙하다면서 그것마저도 재밌었다고 하지만) 떠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펑!!! 너무 갑작스러워서 (사실 첫 번째 이야기의 전반부 내내 나는 하품을 하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괴로워했다. 정말이지 이 여자들의 수다나 실컷 듣다가 끝나는 것 아냐? 하는 순간에 느닷없이...) 조금 길게 하품을 했다면 놓쳤을 수도 있을법한 속도로 타란티노의 주의를 화악 환기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감독은 이런저런 각도와 이런저런 속도로 그 장면을 연거푸 보여준다, 으 끔찍해...)


정글 줄리아, 알린(바네사 페리토, CSI 뉴욕의 그녀가 죽었을 때 참 아쉬웠는데, 오, 여기에 나오려고 그랬구나...), 세나가 등장하는 첫 번째 이야기에 비하여 두 번째 이야기의 전반부는 그나마 견딜만하다. 이미 한번 갑작스러운 펑,을 경험한 나는 언제 등장할지 모를 펑,을 기대하면서 완전히 또릿또릿하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조금 일찍 그 감동의 스릴이 시작된다.

스턴트우먼인 조이(실제 조이의 역을 한 조이 벨은 우마 셔먼 등의 대역을 한 스턴트 우먼이며, 영화 속의 자동차 스턴트 모두를 직접 했다고 한다)와 그의 친구들인 킴, 애버내시, 리는 조이의 요청에 따라 자동차의 시운전을 위해 동행한다. 그리고 조이는 꿈에 그리던 스턴트를 시행하고, 바로 그 순간 스턴트맨 마이크가 등장한다. 이어지는 스턴트맨 마이크의 공격,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때까지 왜 차를 세우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러한 의문조차 불필요한) 차에서 내린 킴(맞나...)은 마이크에게 총을 발사하고, 이제 역할이 뒤바뀐 자동차 추격적이 시작된다.


그렇게 차곡차곡 준비된 대단원, 지금까지 느끼하기 그지없는 눈빛과 갑작스러운 돌변으로 마초 사이코의 전형을 보여주던 마이크는 총에 맞은 몸을 부여잡고 아파, 소리를 연거푸내고, 쫓기던 그녀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를 밀어붙인다. 결국 붙잡힌 마이크와 그를 삼각편대처럼 둘러싼 조이와 킴과 애버니시... 그리고 그야말로 (특히 여성들이라면) 통쾌지수 120%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끝...

장난기 가득한 타란티노는 7-80년대 드라마 그리고 B급 무비들의 특징 뿐만 아니라 중복편집과 촌스러운 화질 등 각종 영화 완성도에 흠집을 낼만한 상황들을 부러 화면에 되살린다. (극장에 찾아가면 친절하게 텍스트로 뽑아 입구에 붙여 놓기까지 했다) 흠을 잡을래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러니까 이미 내어놓은 흠집, 그리고 공표된 흠집을 어떻게 잡나...), 타란티노의 영화가 주는 쾌감은 그렇게 또 세포분열을 하였다.


ps. 원래는 <그라인드하우스(Grindhouse, 선정적인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동시상연관 정도)>라는 제목으로 90분 분량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와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의 <플래닛 테러>, 그리고 네 편의 가짜 예고편이 포함되어 한 편의 영화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감독의 요청에 따라 ‘그라인드하우스 문화를 공유하지 않는 문화권’에서는 <데쓰 프루프>는 113분, <플래닛 테러>는 105분으로 편집되어 따로 상영된다. (당연히 한국도 이렇게 나뉘어진채 상영되었고 <데쓰 프루프>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 (11월에 개봉한다고 하는, 기대기대...) <플래닛 테러>의 예고편이 나온다)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커트 러셀(스턴트맨 마이크), 조이 벨(조이), 트레이시 톰스(킴), 로자리오 도슨(애버내시),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정글 줄리아), 바네사 페리토(알린), 조단 래드(셰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리) 출연 / 113분 / 20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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