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감기는 몇몇 문장, 그리고 조금 쌉쌀한 향...
제어 불가능의 사랑... 질주함으로가 아니라 고여있음으로 그 존재를 과시하는 사랑... 한 인간의 근원을 일깨우는 혹은 한 인간의 근원을 변화시키는 사랑... 한 인간의 부패한 정신을 정화시키는 사랑... 그렇게 정화된 정신을 다시 부패하게도 만들 수 있는 사랑... 그리하여 불가해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사랑의 이야기인 소설이다.
하지만 1951년도라는 책의 발표년도를 염두에 두었을 때 책은 완전 고풍스럽지도 완전 시대이탈의 모던한 작품인 것도 아니다.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부시 때문에 미국 남부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 게이지가 불쑥 솟구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작가라고 하는데, 미국 문학에 문외한이니 그 특징을 잡아내기 어렵다.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 카슨 매컬러스는 조지아 주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 때 열병을 앓고 몇 번의 뇌졸중을 거쳐 서른 살 초기부터는 이미 걷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였다. 그러나 마치 육체의 한계와 고통을 정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듯, 그녀는 1967년 뇌출혈로 죽을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주로 미국 남부를 무대로 삼아 평범한 일상과 세계관에 순응하기 힘든 소외된 영혼의 열망과 고독을주제로 한 탁월한 작품 활동을 발표했다. 작가의 주관적 주석이 배제된 담담하고 절제된 그녀의 문장들은 병적으로 예민한 인간의 감수성을 파고드는 데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소설은 그 줄거리 또한 요약하기가 용이하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으로 시골 마을에서 유지 노릇을 하고 있는 아밀리아는, 하지만 장신에 사팔뜨기이며 인색한데다 시시콜콜한 법적 다툼을 좋아하는 통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살가운 대접을(형식적인 대접이야 받지만) 받는 편은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밀리아의 먼 친척이라는 꼽추 라이먼이 나타나면서 소설은 한 번의 변이과정을 겪는다.
이제 아밀리아는 자신의 식료품 가게를 카페처럼 변모시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라이먼의 놀이터를 만들어 놓고, 라이먼에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심적인 애정을 보내고 의지한다. 하지만 어느날 아밀리아의 인생에서 딱 한 번 있었던 결혼의 당사자였던 개망나니 마빈 메이시가(하지만 메이시는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개과천선한 적이 있다. 물론 결혼 메이시와의 육체적 접촉을 거부하며 내쫓다시피한 아밀리아로 인해 그는 다시금 옛날의 개망나니 마빈 메이시로 돌아갔다) 나타나면서 다시금 소설은 그 행로가 요동친다.
아밀리아가 사랑하는 라이먼이 이색적인 세상 경험으로 무장한 마빈 메이시에게 홀딱 빠져버린 것(동성애라고 보기에는 좀 미묘하지만, 어쨌든)이다. 그리고 그런 라이먼을 교묘하게 메이시가 이용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고조되고 결국 메이시와 아밀리아는 결투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마지막 순간 라이먼은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아밀리아를 택하는 대신 자신을 멸시하는 메이시의 편에 서게 되고, 아밀리아는 라이먼이 나타니기 전의 세계, 혹은 그보다 더욱 고립된 세계 속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그러니까 세 사람의 삼각관계(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정에 굶주린 두 사람, 아밀리아와 라이먼, 과 이성애적인 사랑을 갈구했던 한 사람 사이의 사투와 같은)인 셈인데, 그것이 조금은 묘하게 뒤틀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겉으로 드러난 이들의 행태에 대한 요약은 간편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이들의 심정에 대한 요약은 요령부득이다. 그저 이런 사랑도 있구나, 라고 여기는 정도...
입에 감기는 맛이 있는 문장이 포진하고 있거나 심장 두근두근 거리게 만드는 스토리 라인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조금 쌉쌀한 향 느끼는 정도로 마무리되는 책읽기였다.
카슨 매컬러스 / 장영희 역 / 슬픈 카페의 노래 (The Ballad of the sad cafe) / 열림원 / 143쪽 / 2005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