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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마사히코 《꿈의 메신저》

권태가 지배하는 도쿄에서 살아가는 법...

by 우주에부는바람

이미 1993년 미학사에서 『드림 메신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그 책을 구매하여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잊고(그러니까 사놓고 훑어보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나의 불찰로 말미암아), 2003년인 올해(그러니까 십년만에) 다시 구매하여 이제야 읽었다. 책을 읽는 중간에 그 사실을 깨닫고(문득 드림 메신저라는 책을 언젠가 사지 않았었나? 그리고 꿈의 메신저라면 드림 메신저랑 같은 뜻이잖아... 라고 깨닫게 되고) 어이없어 하고 말았다.


그건 그렇고 시마다 마사히코는 하루키나 류만큼 우리나라에서 지명도가 높지는 않지만, 내 생각으로는 두 사람보다 쓸만한 소설을 쓰는 꽤 인상적인 남자 작가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전작들 중에서는 『피안 선생의 사랑』과 『미확인 비행물체』가 가장 나았다는 점도 첨언한다.


소설의 내용은 꽤나 복잡한데 살펴보자면 이렇다.


부동산 재벌의 미망인인 아미노 부인은 미국에서 살고 있을 때 아이를 하나 낳았으나 친부에게 빼앗기고 만다. 이후 일본에 들어와 마담생활을 하다 현재의 위치에까지 이르렀으나 그 아들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마이코라는 영민한 증권분석가 아가씨에게 자신의 아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줄 단서를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와 동시에 한물간 유명작가인 다케히코에게도(“매튜-마사오의 사진은 항상 다케히코의 재킷 주머니에 들어 있었지만, 꺼내 볼 필요는 없었다. 뇌 속의 거실 벽에 포스터 한 장이 붙어 있어서, 싫든 좋든 눈에 보듯 떠올랐다...”) 도쿄 어딘가에 있다고 알려진 아들을 수소문하라고 명한다.


소설은 마사오를 찾는 마이코와 다케히코의 작업이 개시됨과 동시에 미국에서 사라진 마사오(이후 일본계 미국인인 가타기리를 양부로 두게 되면서 매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의 현재 행적, 그리고 과거의 행적 또한 서술된다. 마사오는 친부의 손에 이끌려 전전하다 가타기리를 만나면서 안정을 찾는다. 그런데 가타기리는 렌털 차일드, 그러니까 아이들을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일을 한다. 물론 아동의 밀매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의 것은 아니고, 아이를 잃은 부모나 형제가 필요한 아이를 가진 부모 등과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동안 대리자(대리모의 반대되는 의미에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


매튜는 이렇게 어린 시절 렌털 차일드로서 생활을 하다 도쿄로 오게 되었다.(“...겉보기에는 날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한꺼풀 벗기면 밋밋하고 변함없는 권태가 지배하는 세계, 그것이 바로 도쿄였다...”) 그리고 현재는 자신의 배호령인 미카이나이트를 다른 사람의 꿈에 사자로 보내거나(“꿈을 교신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올바른 꿈의 사자라고 깨달은 것은 열여덟 살이 되고 나서였다.”), 사람들이 꿈꾸고 원하는 모든 것을 대행하는 일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결말은? 조금 뻔하지만 결국 마사오는 마이코와 다케히코의 노력으로 친모인 아미노 부인을 만나지만, 부초같은 성격상 다시금 일본을 떠나 세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꿈의 메신저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결국 소설의 주인공은 매튜=마사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캐릭터가 꽤 흥미롭다. 또한 친모와 그의 관계도 재밌는데, 그것은 친모를 잃은 아이로서 랜털 차일드가 되어 다양한 부모들을 스스로의 부모라고 생각하며 일정 기간동안을 보내던 그가 결과적으로 자신의 친모를 만났을 때는 뭔가 어색하지 않겠는가. 누구에게든 자식으로서 행세를 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한 그가 친모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동안 자신을 거쳐 간 유사부모들과 몇십년의 텀을 두고 나타난 친모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을 것인가 등등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헐겁게 지나가버려 아쉬움을 남기기는 하지만 워낙 일본의 젊은 작가들 글 쓰는 게 원래들 헐렁하니 별 수 없다.


시마다 마사히코 / 정회성 역 / 꿈의 메신저 / 민음사 / 409쪽 /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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