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바움백 감독 〈제이 켈리〉

누구도 될 수 있었지만 자기 자신이 되기엔 미흡하였던...

by 우주에부는바람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이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되거나 아무도 아닌 것이 훨씬 더 쉽다.” - 실비아 플라스


위의 문구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내레이션이다. 그리고 이 문구는 (영화를 모두 보고 난 다음의 생각이지만) 일종의 스포일러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의 ‘엄청난 책임’을 제대로 알지 못한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고, 영화는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면제받으려 했던 주인공의 후회를 내용으로 삼고 있다, 라고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는 셈이다.


배우 조지 클루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배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멋진 예의바름에 대한 거리감도 그렇거니와 이러한 이미지가 변형된 상태로 끊임없이 사용되는 것 또한 마땅찮았던 것 같다. 그렇게 세월은 계속 흘렀고, 〈제이 캘리〉 속의 조지 클루니는 여전히 멋지지만 별 수 없이 나이가 들었고 이제야 서툴러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배우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네, 조금은, 이라고 대답해야겠다.



영화 속 제이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배우이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고 엄청난 숫자의 스텝들에 둘러싸여 생활한다. 꽤 나이가 들었지만 섭외는 끊이지 않고 영화제에서는 공로상을 주겠다며 초청한다. 다만 그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그 관계는 그의 마음 같지 않다. 첫째 딸과는 이미 멀어져 있고, 둘째 딸과의 거리도 이제 멀어져가고 있다. 그는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로 힘겨워한다.



영화가 우여곡절 가득한 여행기가 된 것은 둘째 딸과의 거리 좁히기라는 스스로에게 부과해보는 미션 때문이다. 이제 성인을 코앞에 둔 둘째 딸의 (미국을 떠나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향하는) 여행을 그가 따라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 않다. 딸은 결국 그의 공로상이 수상되는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고, 오히려 그와 함께 하던 스텝들만 그를 떠나고 만다.



그렇게 제이는 그의 영화계 경력을 함께 한 매니저 론(아담 샌들러 분)만을 옆에 두고 시상식장에 앉는다. 그리고 화면에서는 공로상 수상자인 그의 출연작 하이라이트들이 영사되는데, 그가 화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어린 두 딸이 촬영을 위해 떠나는 그를 향해 선사하던 공연 장면이다. 제이는 평생에 걸쳐 그가 역할을 수행했던 ‘다른 사람’이 아니라 그가 되지 못하였던 ‘자기 자신’을 거기서 바라보았다.



노아 바움백 감독 / 조지 클루니, 아담 샌들러 출연 / 제이 켈리 (Jay Kelly) / 132분 / 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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