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 〈룩 백〉

아련하면서도 템포를 잃지 않아 회고를 뛰어 넘는...

by 우주에부는바람

아내가 이른 잠자리에 들고 주위가 허전하다. 두 마리의 고양이도 아내를 따라 들어갔다. 리프트 업 소파 테이블의 17인치 노트북을 연다.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난지 기억도 나지 않는 애니메이션 〈룩 백〉을 찾는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신규로 가입을 하면 무료 체험을 할 수 있다. 해외 승인 1달러가 뜨고, 카드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네, 문제 없습니다.


애니메이션 〈룩 백〉의 원작은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 〈룩 백〉이다. 후지모토 타츠키는 〈체인소 맨〉의 원작자인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총집편 전편과 후편을 보았다. 뛰어난 상상력과 말도 안 되는 유머가 있어 내 취향이라 재미있었지만 과도하게 피가 튀기는 장면들이 있어 때때로 놀랐다. 〈룩 백〉과 〈체인소 맨〉 두 작품이 한 작가의 것이라 상상하기는 힘들다.



보고 있자니 개봉 당시 〈룩 백〉이 잔잔하고 끈질기도록 인구에 회자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재개봉 되어 극장에서 볼 수도 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두 소녀의 성장기는 아련하면서도 쾌속이다. 질감이 나쁘지 않은 그림체와 카메라 워킹이라고 부를만한 컷의 연속이 계속된다.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적절하게 템포가 조정되고, 어느 순간 깊숙이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학교 신문에 네컷 만화를 연재하는 초등학생 후지노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학교에서는 후지노에게 등교 거부 학생인 교모토에게 지면 할애를 부탁한다. 그렇게 후지노와 교모토의 네컷 만화가 동시에 게재되고, 후지노는 교모토의 그림 실력에 놀란다. 힘껏 노력을 기울였지만 교모토의 그림 실력을 따라 잡지 못한 후지노는 결국 연재를 포기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던 날 후지노는 졸업장 전달을 위해 교모토를 찾아간다.



후지노는 방문 앞에서 히키코모리인 교모토를 직격하는 네컷 만화를 그린다. 그리고 집을 뛰쳐나오지만 따라나온 교모토로부터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교모토는 후지노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래전부터 후지노의 만화를 흠모해왔다는 사실이다.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후지노를 그려낸 컷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움츠러들었던 등은 쭉 펴지고 결국 훨훨 날아서 돌아간다.


이후 두 사람은 메인 작가와 어시스턴트가 되어 출품한 작품으로 수상을 하고 연이어 작품들을 내놓지만 연재가 결정되는 순간 교모토가 대학 입학으로 방향을 정하며 헤어지게 된다. 후지노는 《샤크 킥》이라는 만화를 오랜 시간 연재하고 판매부수 1위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교모토가 다니는 학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뉴스로 보게 되고, 그 희생자가 교모토임을 알게 된다.



이후 〈룩 백〉은 되돌아보다, 회고하다는 제목의 의미처럼 후지노가 교모토를 찾아갔던 날로 넘어간다. 그렇게 넘어간 과거로부터 다시금 시간은 흘러가지만 평행 세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후지노는 결국 다시 돌아온 교모토가 없는 세계에서, 휴재를 공지하였던 자신의 만화 《샤크 킥》을 그리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다. 자신의 책상 앞 유리에 오래전 교모토의 방문 앞에서 그렸던 네컷 만화를 붙여 놓은 채로...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 / 카와이 유미, 요시다 미즈키 목소리 / 룩 백 (Look Back) / 57분 / 20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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