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강변의 무코리타〉

우리들이 간곡히 원하는 관계를 괴팍하고 유머러스하게...

by 우주에부는바람

생각보다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보았다. 〈카모메 식당〉(2007), 〈안경〉(2007), 〈요시노 이발관〉(2009),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그리고 이번에 〈강변의 무코리타〉(2013)이다. 보지 않은 영화들도 있으니 꽤나 다작이다. 그럼에도 호불호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드는 감독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비주류이지만 우리들이 간곡히 원하는 관계의 일단을 항상 따뜻하고 괴팍하지만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다 보면 또 다음 달이 오고 그러다 내년이 오고 순식간에 오 년이지나고 십 년이 지나지...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 응, 있지 있고 말고. 하지만 그 의미는 십 년을 경험해보지 않곤 알 수가 없어. 안타깝지만 매일 꾸준히 라고 쉽게는 말하지만 그 의미를 알려면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해.” (야마다와 사장의 대화)


영화의 주인공은 야마다인데 이제 막 출소하였고 오징어 젓갈 공장에 취업하였다. 그리고 나름 츤데레인 사장님의 소개로 무코리타 연립주택의 세입자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무코티라’는 1/30일 대략 48분 정도의 시간을 의미하는 불교의 시간 단위이다. (불교의 시간 단위에서 찰나는 ‘세츠나’라고 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옆집 남자 시마다의 접근으로 처음엔 당황스러워 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걷어차고 싶은 배랑 아닌 배가 있는데 오늘 본 건 엄청 차고 싶은 배였어요. 임산부는 사람 안에 또 사람이 있는 거잖아요. 엄청 동물적이지 않나요? 뭐라 해야 하나. 무척 생리적인 건데 아 인간은 동물이었지, 하고 임산부를 보면 새삼 깨달아서 기분이 나빠져요. 이상하죠? 이상해요. 나도 한때 임산부였는데. 괜찮아요, 실제로 찬 적은 없으니까. 아기들도 다 귀엽고. 선을 넘지 않을 자신도 있어요. 하지만 무섭게도 내 안에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이란 게 무서워져요.” (미나미의 말)



시마다는 자신의 집 온수기가 고장났다며 틈틈이 야마다의 집을 이용하고 급기야 거리낌없이 밥상에 한 자리를 차지한다. 자칭 미니멀리스트인 그는 자신의 가난을 알리는데 적극적이고 직접 채소를 기른다. 야마다와 시마다가 거주하는 연립주택의 소유주는 미나미이다. 미나미는 몇 년 전 남편이 사망했고 지금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아직 죽은 남편을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잊지 못한다.


“저는 그 선을 넘어갔었어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돌아왔더니 엄마가 집 앞에 있다가 2만엔을 주더라고요. 너하고는 이걸로 끝이라며 뭔가 안 어울리는 색 립스틱을 치덕치덕 바르고 민달팽이마냥 번들거려서 기분 나빴어요. 그 이후로 만난 적이 없죠. 좋은 일이 있다길래 따라갔는데 어느샌가 교도소 신세였고, 하지만 솔직히 맘이 놓였어요. 아, 이제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고. 하지만 출소해서 이곳에 왔더니 옆집에 이상한 사람이 살더라고요. 뻔뻔하게 목욕을 하고 멋대로 밥도 먹고. 하지만 왠지 웃음이 나와버려서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아, 안 돼, 나 같은 건 웃으면 안 되는데, 살아 있는 의미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런데도 조금은 웃게 되더라고요. 그 사람 뭔가... 조그만... 사소한... 행복 같은 거? 찾는 것에 능숙해서,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쩌면 그 사람은 그사람대로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르죠. 저기, 전과자가, 저 같은 놈이 그런 사소한 행복을 느끼면 안 되지 않을까요?” (야마다의 말)



연립주택의 다른 구성원에는 미조구치와 어린 아들이 있다. 이들은 함께 다니면서 묘석을 팔고 있다. 영화 내내 단 한 번 묘석을 팔았는데, 부잣집 개가 사용하게 될 것이었다. 미조구치 부자는그 돈으로 상상만 하던 스키야키를 먹는데, 바로 그 순간 연립주택의 구성원 전체가 그 자리에 끼어든다. 그 자리에서 이미 죽었지만 죽은 줄 모르는 세입자 오카모토가 거론되는데, 야마다는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 전 어릴 때 하늘을 나는 금붕어를 보곤 했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잠시 공중을 부유하다가 어느샌가 하늘 높이 헤엄쳐 가는... 그런 금붕어가 보였어요. 세월이 흐른 후에 그건 분명히 영혼이었겠구나, 하고 확신했답니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확신했어요.” (자살자들의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말)


〈강변의 무코리타〉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창한 이유를 갖지 못한 변변찮은 등장인물들의 무대이다. 다만 그들은 서로를 통하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박한 요인들을 조금씩 제공받게 된다. 이제 그들이 쉽사리 자신의 삶을 놓아 벌리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감독의 유머는 여전히 불친절하고 괴팍하지만 그로 인해 비롯되는 따듯한 커뮤니케이션이 있어 충분히 즐길만하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마즈야마 켄이치 무로 츠요시 마츠시마 히카리 출연 / 강변의 무코리타 / 120분 / 20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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