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자극 없이 서서히 나아가는 정서적 연대의 여명...
〈새벽의 모든〉은 PMS(월경전증후군)에 시달리며 때때로 공격적으로 변하는 후지사와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온 공황장애로 대중교통조차 이용할 수 없게 된 야마조에가 주인공인 영화다. 후지사와와 야마조에 두 사람 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후지사와는 자신의 공격성으로 인하여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찾기 어려웠고, 야마조에는 아직 자신이 그만둔 회사의 상사와 연락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쿠리타 과학이라는 소기업이다. 어린이용 과학 실험 키트나 학습용 현미경과 같은 광학 기구를 만든다. 후지사와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끝에 이곳에서 서 여러 업무를 하며 정착한 상태이다. 야마조에는 이곳에 신입 사원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야마조에는 이곳을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여긴다. 자신의 병증이 조금 나아지면 복귀를 하게 되리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이지만 쿠리타 과학이라는 회사, 그리고 이 회사를 이루는 사람과 분위기 등이 곧 주인공인 듯도 하다. 후지사와가 PMS로 인해 공격적으로 변할라치면 동료들은 서둘러 그에 맞춰 자리를 피하거나 그녀를 달래어 사람들과 분리시킨다. 야마조에가 갑작스러운 공황장애로 힘겨워하면 집으로 돌려보내고, 오히려 그의 상황을 이해하며 울타리가 되어준다.
영화는 이처럼 쿠리타 과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회사에서 기획한 이동식 플라네타리움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구체화된다. 야마조에는 어두운 돔 형태의 천장에 투영된 별을 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인 플라네타리움에서 읽을 멘트를 준비하고, 공연날에 후지사와는 이 멘트를 관객들에게 낭독한다.
“기쁨에 가득한 날도 슬픔에 잠긴 날도 지구가 움직이는 한 반드시 끝난다. 그리고 새로운 새벽이 찾아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무수한 걸림돌들이 존재한다. PMS(월경전증후군)나 공황장애와 같은 병들도 그 중 하나이다. 상대방이 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때로는 안다고 해도) 그 병증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영화 속 후지사와나 야마조에 같은 이들은 자꾸 세상의 주변부로 밀려나게 되는데, 때로는 그곳에서 밝아오는 새벽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영화는 커다란 자극을 욕심내지 않고 서서히 나아가는 정서적 연대의 여명을 보여준다.
새벽의 모든 / 미야케 쇼 감독 / 마츠무라 호쿠토 카미시라이시 모네 출연 / 119분 / 202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