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독서를 조장하는 소설을 모아 취중 독서를 권장하는...
삼십대의 대부분을 강남역 우드스탁에서 보냈다, 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강남역에는 우드스탁이라는 이름을 쓰는 술집이 두 개 있었다. 강남역을 가운데 놓고 동쪽 국기원 방향으로 오르면 지하 우드스탁이 있었고, 당시 유행의 흐름을 타던 클럽이 자리한 서쪽 부근에는 삼층 우드스탁이 있었다. 두 곳 중 지하 우드를 주로 갔고, 그곳에 가면 O가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곤 하였다. 일종의 취중 독서인데, 원제ほろよい読書가 바로 그런 의미이다.
오리가미 교야 「그에게는 쇼콜라와 비밀의 향이 풍긴다」
나, 나카자토 히나키가 이모인 도와코 씨의 첫사랑을 찾아간다. 아직 정확한 것은 아니고 내가 도와코 씨의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이를 찾아갔다고 해야 한다. 책에 실린 소설들에 모두 술이 소재로 사용되는데, 이 소설에서는 술 자체 보다는 술이 들어간 과자가 매개체이다. 도와코 씨에게는 말하지 않고 나의 추리에 입각하여 도와코 씨의 대학 시절 친구를 방문하였고, 첫사랑도 찾기는 하였는데 그 결과는 의외이다. 그 의외성이 재미의 포인트이고, 어쩌면 술이 들어간 과자의 음미 포인트도 그런 것 아닐까.
사카이 기쿠코 「첫사랑 소다」
카호는 과실주를 담근다. 이것저것 종류를 늘리다 보니 이제 집에 둘 곳이 마땅찮을 정도이다. 자신에게 얹혀 살던 연극배우 지망생 남자와 헤어진 이후 아직 혼자인 카호는 이제 40세가 되었고, 멘션을 구매해볼까 생각 중이다. 그런 그녀가 가끔 들르는 바에서 가끔 마주치던 남자와 함께 집으로 오고 자리를 차지하는 과실주를 마신다. 그리고 남자를 다시 내보낸다. “조건은 오로지 내가 편안한 집, 그것만 보고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혼자 즐기기 위한 술을 담그자, 달지만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맛있어지는 게 있다는 것을 지금의 카호는 알고 있다.” (p.107)
누카가 미오 「양조학과의 우이치」
코하루가 입학한 일본농업대학 양조학과에는 육촌 형제인 우이치가 한 학년 선배로 있다. 하지만 코하루와 우이치의 할아버지대에서 두 집안은 양조장의 운영 방식을 두고 갈라섰다. 코하루네는 전통을 따르기를 원했고, 우이치네는 새로운 시도를 원했다. 두 집안은 사이가 좋지 않고, 만약 두 사람이 사랑을 한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성 싶다. 하지만 뭔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하라다 히카 「식당 ‘자츠雜’」
〈심야식당〉의 한 꼭지를 보는 것 같다. 사야카의 남편인 켄타로는 이혼을 원하며 집을 나갔다. 그렇게 집을 나가기 전 남편이 자주 들르던 식당이 바로 ‘자츠’이다. 사야카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츠’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돈도 돈이지만 사야카는 그곳에서 일하다보면 남편과 연관이 있는 여성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뭔가 거기에 합당한 여성이 등장하였다고 여기지만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술이 아니라 술집이 매개체가 된 소설이다.
유즈키 아사코 「bar 기란반」
아리노와 오츠키는 대학에서 연을 맺었고 그 후로도 종종 마주쳤다. 아리노는 바에서 일을 하였고 오츠키는 주류 영업 입을 하였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으로 이제 아리노는 오츠키의 요청으로 ‘온라인 바’에 바텐더로 나서게 된다. (온라인 바는 말 그대로 줌으로 모이는 바를 말하는데, 소설의 배경이 코로나 시기이니 그럴 법하다. 아직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이라면 가능해 보인다.) 그 ‘온라인 바’는 선생님의 확진으로 유치원에 등교를 할 수 없는 원생들 부모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설정 자체가 재미있다. 아리노가 눈여겨 본 여인들이 품고 있던 반전도 칵테일처럼 소설에 잘 섞인다.
유즈키 아사코, 하라다 히카, 누카가 미오, 사카이 기쿠코, 오리가미 교야 / 권남희 역 / 호로요이의 시간 (ほろよい読書) / 징검돌 / 267쪽 / 2023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