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바투 다가가 있지만, 여전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저자인 와카타케 치사코는 이 작품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55세가 되어서 소설 강좌를 듣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팔 년여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 소설을 완성하였다. 소설은 데뷔작이었고 작가의 나이는 63세였다. 소설 안에서 모모코 씨의 남편이 죽는데, 작가 또한 남편의 죽음 이후 소설 강좌를 듣고 또 바로 자신의 내용을 소설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사투리란, 나의 가장 오래된 지층입니다. 혹은 가장 오래된 지층에서 나를 끌어 올리는 빨대 같은 것이죠. 사람의 마음은 한 겹으로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엔 여러 겹의 층이 있어요... 우리의 마음에 있는 사투리 지층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층, 말하자면 아무도 손댄 적 없는 신비로운 경지의 원초적 풍경 이미지로 떠도는 것입니다. 너무 깊어 닿으려 해도 닿지 않는가 하면 그렇진 않고, 내가 어디메 있갱가, 나는 거기메 있장가, 하는 식으로 불러내면 정처 없이 떠돌던 이미지가 뭉글뭉글 응집 응결해 언어가 되면서 범접하기 힘든 신비로운 경지가 마음에 되살아 납니다...” (pp.17~18)
소설 속의 모모코 씨는 지금 74세가 되었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는 자주 사투리가 사용된다. 모모코 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도호쿠 지방인데, 오랜 시간 도쿄에서 시간을 보낸 그녀가 이제 그 당시를 떠올리고, 그 당시의 말을 떠올리고, 그 당시의 풍광을 떠올린다. 그곳에서만 사용되던 단어를 떠올리고 그 단어만이 가진 느낌을 떠올리고 그 느낌을 사투리로 묘사하고자 한다.
“인간의 감정에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있다고, 모모코 씨는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은 그 에너지로 인해 튕겨 나가는 팽이처럼 회전하기 마련이다. 굴러간 곳이 좋았는지 어떤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그저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모모코 씨는 자신을 움직이게 한 에너지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싶다. 그 에너지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끝까지 지켜보리라. 어쨌든 당사자이므로.” (p.49)
모모코 씨는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도쿄 올림픽의 팡파르가 뉴스로 전해지던 무렵, 고향을 등지고 도시로 올라왔다. 그녀는 그곳에서 여러 일을 전전하였고, 자신이 사용하는 고향의 언어를 사용하는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가 바라보던 산과 자신이 바라보던 산이 같은 산이어서 반가왔다. 모모코 씨는 그렇게 슈조와 결혼을 했다. 모든 것을 슈조에게 맞추고자 했고, 아들과 딸을 낳았다.
“남편이 죽고 얼마 동안은 슈조가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사실보다도, 슈조의 목소리가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괴로웠다. 아무리 해도 슈조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귓속이 뜨거워질 만큼 슈조의 목소리를 찾아 헤매며 귀를 기울였다.” (p.111)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면 모모코 씨는 죽은 남편의 묘소를 향하여 길을 나선다. 모모코 씨는 길을 걸으며 여러 여성을 만나는데, 그 여성들은 모모코 씨의 또다른 모습 같기도 하다. 모모코 씨는 남편이 죽고 이제 홀로 남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건 어쩌면 소설 바깥의 작가 와카타케 치사코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 또한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찾은 것이 아닐까.
“그때 나는 알았어. 죽음은 저세상에 있잖구 우리 곁에 숨죽여 지달리구 있단 걸. 그래도 두렵진 않다. 왜냐. 남편이 있는 곳이니까. 왜냐. 날 지달리구 있으니까. 난 지금 오히려 죽음에 이끌러 있아. 우떤 통증이나 고통두 거기서는 잠시 거두어진다. 죽음은 두려움이 아닌, 해방이니까. 이런 위안이 달리 어드메 있갱가. 안심하고 나는 앞으로 간다. 지금의 나는, 두려울 것 없음. 머, 이런 다리 통증쯤, 벨거 아이야.” (p.138)
소설은 모모코 씨가 자신을 찾아온 손녀와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는 것으로 끝이 난다. 손녀는 할머니에게 인형을 고쳐 달라고 하고, 할머니는 손녀에게 새로운 인형 옷을 만들어준다 하고, 손녀는 창문을 열고 할머니를 부르고, “봄 냄새가 나요, 어서 오세요.”, 라고 말한다. 죽음에 바투 다가가 있지만 여전히 살아 있기도 한 모모코 씨는 그렇게 일순 환해지면서 말한다. “지금 가니 지달리그라.”
와카타케 치사코 / 정수윤 역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 토마토출판사 / 167쪽 / 2018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