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미래는 정밀하고, 개개 인물들은 홀대 받지 않고...
타임지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환경 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를 꼽았다. 툰베리는 2018년 9월부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주장하며 어른들을 향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 등교 거부를 실천하였고, 같은 해 말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연설에서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2019년 2월부터는 학생들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시위’를 주도했고,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와 트윗을 통해 설전을 주고받는다. 그레타 툰베리는 16세의 소녀이다.
“혼돈 속에서 사람들은 배울 수가 없었어요. 그들은 자신들이 바다와 하늘과 식물과 동물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들은 자신들이 그것들을 죽이고 있고 그러면 결과적으로 자신들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거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하튼 죽이는 일을 부분적으로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들에게 이제 그만 멈추라는 말을 해 줘도 그들은 남의 말을 듣지 않아요.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딱 하나 남아 있었어요. 나무들과 꽃들과 새들과 물고기 등과 함께 지구가 아직은 존재하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 지구상에서 깨끗이 없애 버리든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모두 함께 죽어 버리든가 선택해야 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면 결국 아무것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사람조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아무리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도 기회를 한 번 더 주어야 하지 않을까? 크레이크는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았어요. 그런데 대답은 ’아니다.‘였어요 왜냐하면 그들한테는 이미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는 아주 많이 왔었거든요. 이제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어요.” (pp.589~590)
미친 아담 3부작을 읽으며 종종 이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이 전하는 굵고 긴 메시지와 이 소녀의 날렵하고 소신으로 가득한 메시지는 적잖이 일맥상통한다. 끊임없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경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정반대의 방향으로 치달은 인류, 그 인류의 미래의 어느 시점이 소설의 배경인데, 그것이 바로 지금인 현재가 아니라 정말 미래일 것이냐는 물음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툰베리는 그것이 미래가 아니라고, 미래라고 할지라도 먼 미래는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 중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인 것이다.
“... 물질세계에 속한 그 어느 것도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한때는 사람은 저누 많은 반면 물건이 충분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 반대다. 그렇지만 물체들이 ‘내 것, 네 것, 그의 것, 그녀의 것’이라는 밧줄에서 풀려나자 자기들 마음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되었다...” (p.74)
그러니까 미친 아담 3부작은 우리가 잘못 선택한 미래를 현재로 삼는 세 권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들은 모든 경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이후에 크레이크가 선택한 인류 종말의 리포트이고, 그 종말의 과정에 자의이든 타의이든 참가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종말 이후에 벌어지는 남은 인류와 새로운 인류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들에 포섭되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실제 이야기‘가 있다. 그다음에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제외된 부분이 있는데, 그것 또한 이야기의 일부이다.” (p.116)
미친 아담 3부작의 마지막 권인 《미친 아담》에서는 첫 번째 권인 《오릭스와 크레이크》, 두 번째 권인 《홍수의 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가 보다 선명해지고, 이들의 밝혀지지 않았던 과거가 보다 상세히 밝혀지고, 이들이 헤쳐 나가야 했던 마지막 대결이 마무리 된다. 그리고 남은 인류와 새로운 인류와 새로운 동물종들의 연합 그리고 남은 인류와 새로운 인류의 결합이 일말의 희망으로 존중된다.
“토비는 이 책에다 크레이크의 이야기를 담았고 오릭스의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두 사람이 함께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안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또한 젭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의 형 아담에 대한 것도 있고요... 젭의 조력자들 이야기, 그러니까 필라, 코뿔소, 카트리나 우우, 마치라는 뱀, 모든 미친 아담 식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맨 처음 크레이크가 우리를 만들었을 때 거기에 있었고 또 우리를 알에서 나와 더 좋은 이곳으로 이끌어 준 눈사람 지미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토비는 우리가 사랑하는 세 명의 오릭스 어머니들 이야기, 바로 아만다와 렌과 스위프트 폭스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 놓았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겉껍질이 있는 사람들과 우리들이 모두 서로에게 조력자라는 것을요. 비록 우리가 서로 다른 능력을 가졌고, 어떤 이들은 푸른색으로 변하고 어떤 이들은 변하지 않을지라도요.” (pp.774~775)
마거릿 애트우드는 심각하고 거대한 인류의 위기를 근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유전자의 변이나 결합, 극도로 위험한 바이러스를 비롯한 과학 발전의 어두운 측면을 거대 자본의 기업 집단과 고착화된 빈부 격차의 사회 안에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서구적 세계관의 기반인 기독교적 세계관을 변형하여 차용하면서 노래한다. 이 암울하게 구축된 패러다임은 무척 정밀하고, 등장인물 개개인의 심정과 심리는 홀대 받지 않는다. 쉽지 않은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소설들이었다.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 이소영 역 / 미친 아담 (MADDADDAM) / 민음사 / 783쪽 / 2019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