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을 접합하고 망라하는 작가의 세계관 안에서...
《홍수의 해》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2003년에서 2013년에 걸쳐 집필하고 출간한 미친 아담 3부작의 두 번째 권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첫 번째는 《오릭스와 크레이크》이고, 세 번째는 《미친 아담》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오릭스와 크레이크》가 글렌과 지미, 크레이크와 눈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아 교차 진행되고 있다면, 《홍수의 해》는 토비와 렌이라는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진행된다.
“물 없는 홍수가 우리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위력이 어마어마한 허리케인도 아니고, 혜성의 세례도 아니고, 유독가스 먹구름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아주 오랜 시간 의심했던 대로, 그것은 전염병입니다. 인류 외 다른 어느 생물종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전염되지도 않으며 나머지 모든 동물들에게는 전혀 피해를 입히지 않을 병 말입니다. 인간의 도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고 의사소통은 차단되었습니다. 우리 정원의 몰락과 붕괴는 저 아래 텅 빈 거리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발견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의 원수들은 이미 죽었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기 몸의 파괴와 소멸이라는 끔찍한 고통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를 추적할 수 없습니다.” (p.740)
《오릭스와 크레이크》와 《홍수의 해》는 시기상으로는 이미 인류를 거의 멸절에 이르게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를 현재로 삼지만 소설의 많은 부분은 현재로부터 십수 년 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오릭스와 크레이크》가 주로 건강현인이나 새론당신과 같은 거대 과학 기업 조직의 내부를 배경으로 삼는다면 《홍수의 해》는 평민촌을 배경으로 삼는다.
“1년, 정원이 새로 시작되었다. 2년, 아직도 새롭다. 3년, 필라가 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4년, 버트가 문으로 들어왔다. 5년, 토비를 운 좋게 데려왔다. 6년, 카투로가 합세했다. 7년, 젭이 우리의 천국에 합류했다... 8년, 누알라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9년, 필로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p.115)
소설은 평민촌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동시에 토비와 렌은 평민촌에 존재하는 일종의 종교 단체인 ‘신의 정원사’의 일원이다. ‘신의 정원사’는 과학 기술에 반대하며 환경의 보존에 힘을 기울이는 환경주의를 지향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물 없는 홍수’라고 지칭하는 (성경 속 노아의 홍수를 떠올리게 되는) 인간 종말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들의 종교가 만들어지고 25년이 흐른 후 이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정원사들은 더 이상 한 지역의 자그마한 종교 집단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의 영향력은 증가하고 있었다. 더 이상 싱크홀 에덴 절벽 옥상정원과 근처의 옥상들 그리고 그들이 관리하는 다른 건물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평민촌, 심지어는 다른 도시에도 지부가 있었다. 그들은 또 바깥지옥세계에 숨어 있는 동조자들로 구성된 세포조직을 건강현인 조합 안에 각 수준마다 심어 놓기도 했다...” (p.339)
소설은 현재, 신의 정원사가 등장하고 25년이 흐른 시점, 바이러스가 인류를 휩쓸고 지난 직후의 토비와 렌이 각자의 은신처에서 떠올리는 과거의 이야기들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아담1을 우두머리로 삼아 넘버가 붙어 있는 아담들과 이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신의 정원사들로 이루어진 조직에서 이루어진 아담1의 설교 그리고 이들이 함께 부르는 신의 정원사의 찬양곡이 각각의 챕터 앞자락에 배치되어 있다.
“아담과 이브들은 말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가 된다고. 하지만 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우리가 된다고 믿고 싶다. 희망조차 할 수 없다면, 살 이유가 있을까?” (p.701)
소설은 형식의 측면에서나 아니면 내용의 측면에서 기독교라는 종교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성경 속의 ‘홍수’가 ( 비록 인간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신에 의한 형벌이었다면 소설 속의 ‘물 없는 홍수’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향한 형벌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형벌의 집행자인 크레이크를 신으로 떠받드는 크레이커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소설에 드러난 작가의 세계관은 그렇게 종교와 과학을 접합하고 망라한다.
마거릿 애트우드 Margaret Atwood / 이소영 역 / 홍수의 해 (The Year of The Flood) / 민음사 / 765쪽 / 2012, 2019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