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情事 혹은 정사情死의 강렬함이 아니라 그 후의 지속되는 삶에 대하여.
정사情事 혹은 정사情死, 십여 년 전 아리마 야스아키와 가쓰누마 아키 사이에 일어났던, 아니 그보다는 아리마 야스아키에게 일어났던 일과 이로 인해 온전히 피해자가 되었던 가쓰누마 아키가 견뎌내어야 했던 어떤 일들에 대한 소설이다. 그러니까 소설은 치정극이나 불륜극이라기보다는 그러한 치정과 불륜으로 인한 사건, 그 이후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일종의 치정 후일담이라고 해야 할까...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은 어쩌면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아주 불가사의한 것을 모차르트의 부드러운 음악이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p.86)
가쓰누마 아키는 십여년 전 여관 기요노야에서 목과 가슴에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되었다. 그 옆에는 목에 상처를 입어 숨이 끊긴 세오 유카코가 있었다. 당시 아내였던 아리마 야스아키는 남편이 회복되는 것을 지켜보았고, 퇴원을 얼마 앞둔 날 가쓰누마 아키는 그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이혼하자고 말했고, 아리마 야스아키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십여 년이 흘렀다.
“저는 죽어 가고 있던, 아니 일단 확실히 죽음의 시간을 맞이한 자신을 보고 있던 것이 도저히 제 영혼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영혼 따위라는 애매한 도깨비 같은 게 아니라 나라는 인간에게 분노나 슬픔이나 기쁨이나 괴로움을 느끼게 하면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육체 활동과 정신 활동을 하게 했던 ‘목숨’ 그 자체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pp.150~151)
소설은 이렇게 십여 년이 흐른 시점에서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키에게는 이제 여덟 살이 된 아들 기요타카를 데리고 야마가타의 자오 산 케이블카를 탔다가 아리마 야스아키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에게 편지를 쓴다. 아직도 실체를 알지 못하는 그 치정 사건에 대한 궁금증과 그 사건 이후 자신을 덮친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원망들에 대해 말한다.
“... 모든 인간이 죽음을 맞이할 때 각자가 한 행위를 보고 각자의 삶에 의한 고뇌나 안온을 이어받고, 그것만은 소실되지 않는 목숨이 되어 우주라는 끝없는 공간, 시작도 끝도 없는 시공 속으로 녹아드는 것이 아닐까?...” (p.231)
망설이는 듯하지만 이 전 부인의 편지에 대해 아리마 야스아키는 화답한다. 그는 당시의 자신과 세오 유카코와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날 그 여관에서 죽음의 근처까지 갔던 순간에 자신이 맞닥뜨린 ‘목숨’이라는 것에 대해 말한다. 아키 또한 그와의 이혼 후 정신을 수습하며 들렀던 까페 모차르트, 그리고 그곳 주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 가쓰누마와의 재혼, 그리고 온전치 못한 아들의 출생 등 자신의 십여 년에 대해 말한다.
“이 편지를 쓰면서 저는 당신에게서 받은 모든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여러 가지 것들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어느 것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저만의 마음의 무늬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딱 하나 글로 전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자신의 목숨이라는 것을 본 당신은 그것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무서워졌다고 썼지요. 하지만 사실은 짧다고 하면 짧다고 할 수 있고 또 길다고 하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강력한 양식이 되는 것을 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p.276)
정사情事 혹은 정사情死의 강렬함이 아니라 그 후의 지속되는 삶에 대해 소설은 말하고 있다. 나라는 삶은 하나의 이슈에 의해 파생하는 여러 건의 기사가 종합되어 있는 매거진 같은 것일까, 문득 떠올렸다. 그리고 그 이슈의 표면에 드러나 있는 무엇보다도 그 심층에 깃들어 있는 무엇을 들여다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읊조려 보았다. 강렬한 이야기를 다루는 조용한 방식 같은 것을 떠올릴 수도 있기는 한데, 전체적으로 휘발성이 강한 소설이기는 하다, 읽고 나면 그것으로 그만인...
미야모토 테루 / 송태욱 역 / 금수 (錦繡) / 바다출판사 / 283쪽 / 2016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