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릴 커닝엄 《수퍼크래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규제의 무력화, 자신들만의 자유를 향한 이기주의의

by 우주에부는바람

아인 랜드는 1905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러시아 혁명 이후 볼셰비키 정권이 들어서면서 몰락하였다. 결국 아인 랜드의 가족들은 1926년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그리고 이후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하였으며 ‘객관주의’라는 (모순으로 가득한) 철학적 기치 아래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사람들, 어쩌면 현재의 신자유주의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사람들이 그 그룹 안에 있었다.

“랜드는 한평생 그런 모순 속에서 살았다. 그녀의 소설은 고고하고 철학적이지만, 텔레비전 연속극처럼 막장 줄거리와 과잉 감정과 얄팍한 성격 묘사로 가득하다... 랜드는 감정을 무시하고 이성의 미덕을 찬양했지만, 질투심으로 허덕였고, 자신을 조금이라도 모욕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으나, 그녀 자신은 독재자처럼 주변 사람들을 조종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의견을 허용하지 않았고 불화가 생기면 영원히 추방했다... 랜드는 자신의 추론 능력과 세상의 진실을 발견하는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애인의 배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기가 주창한 경제체제에서 다수가 희생하여 몇몇 사람만 부유해진다는 사실은 랜드에게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다... 이기주의는 랜드 이전에도 있었다. 랜드의 사상은 새롭지 않았지만, 우파가 보기에 랜드가 제공한 새로운 요소는 이기주의를 뒷받침하는 철학적, 도덕적 근거였다. 랜드를 여신으로 섬기는 우파는 자신들보다 기회가 적었던 사람들을 무시하면서 죄책감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pp.74~77)

아인 랜드의 그룹에 있던 사람들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이후 그는 이 그룹의 일원이었던 사살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지만) 앨런 그린스펀이 있다. 그는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던 사람이다. 이 시기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이며 또한 거품 경제의 시기였고, 금융 시장이 확대된 시기였고 각종 금융 산업의 적폐가 차곡차곡 쌓인 시기이기도 하다.

“... 2008년 금융위기에 이른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금융 산업을 규제하지 않아도 돈이 자연스럽게 적재적소에 분배된다거나, 은행업자는 평판을 중시하기에 회사나 고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는 환상에서 벗어났을 법하지만, 슬프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 우파는 여전히 자유시장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되며,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금융위기를 유발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간섭주의에 따른 법과 규제기관을 완전히 폐지해야만 시장이 진정한 가치를 되찾고 모두가 부유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을 외면한다. 지난 30년간 자유시장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기업의 자유로 이어졌다. 과거에 수없이 환경을 오염하고 약자를 수탈하고 억압해온 그런 자유 말이다.” (pp.148~149)

만화로 그려진 <수퍼크래시>는 현대 자본주의를 요약하여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이안 랜드, 크래시 그리고 이기주의 시대 라는 세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국으로 넘어온 사회주의의 피해자가 어떻게 개인주의와 무제한의 자유를 숭배하는 인간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장인 이안 랜드는 곧이어 이러한 철학을 전제로 한 금융 산업과 이러한 산업을 아우르는 엘리트들이 만든 폐해를 다루는 두 번째 장인 크래시로 이어지고, 곧 이러한 현대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인간의 이기주의임을 역설하는 세 번째 장인 이기주의 시대로 마무리된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이기심은 인간의 미덕이 아니다.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면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없듯이 인류를 행복하게 하지도 못한다... 시장은 막강하지만, 도덕성이 없다. 시장의 운영 방식은 인간이 결정한다... 전 세계 정부가 금융업자들을 감시하지 않는 사이 시민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고 소수 앨리트들만이 막대한 부를 챙겼다... 금융업계를 견제해야 할 공적 기관이 금융업계 로비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영국의 여당인 보수당은 연간 수입의 절반 이상을 금융업계에 의존한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미국 금융업계는 550억 달러 이상을 여러 명목으로 정치권에 투자했다... 이 기간에 금융업계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로비스트들의 급여로 33억 달러를 썼다... 월스트리트에서 유명해진 사람들은 흔히 정부의 핵심 요직에 임명되고 임기가 끝나면 민간 회사나 학계로 갔다가 다시 정부로 돌아오곤 한다...” (pp.152~154)

때때로 너무 도식적인 것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지만 모순으로 가득 찬 지금의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이만큼 설득력 있는 교본도 없지 싶다. 도대체 아무런 실제적인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는 금융 산업(의 팽배가 만들어내는 금융자본주의)에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지금의 자본주의에 대하여 의구심을 품었으면 좋겠다.

“보수주의자의 편견은 노력 없이 이득을 얻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데서 비롯한다. 좌파에게 공정성은 평등을 뜻하지만, 우파에게 공정성은 노력과 이득 사이의 정비례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결과가 불평등하더라도 누구나 기여도에 비례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의 돈으로 연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익은 빈곤층과 무임승차자를 전혀 구분하지 않는다... 실업자는 고의로 일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노동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득 수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보수주의자는 무신경한 반사회주의가 아니다. 그들은 도덕성이 강하다... 법률, 가정, 관습, 제도, 전통, 국가, 종교에 대한 믿음에는 문제가 없다. 진보주의자는 안정적이고 결속력 있는 사회의 존속에 필요한 이런 체계들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 보수주의자도 남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자기 집단 외부로 그 관심을 확대하지 못한다.” (pp.201~202)

더군다나 국가의 통제가 극대화되고, 이러한 통제를 통하여 자신들이 속한 혹은 자신들과 우호적인 그룹의 이익을 위하여 자유와 개인주의를 십분 활용하려는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 책의 탐구와 지적이 유효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들 세력이 ‘재화의 재분배를 담당하므로’ 본질적으로는 정부를 부정하고, 그래서 결국 자신들이 구성한 정부에서 자신들을 향하는 ‘세금 회피’나 ‘탈세’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을 읽을라치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일독 할만하다.

“우파는 왜 부유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극도의 가난으로 몰아넣는 걸까? 그것은 바로 공정성은 곧 비례성을 뜻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의 도덕관 때문이다... 우파에게 경제적 평등이란 자기 돈의 일부를 남이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재화의 재분배를 담당하므로 정부는 우파의 적이다. 그래서 우파는 본질적으로 정부를 부정한다. 자기들이 정부를 구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세금 회피와 탈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례성에 바탕을 둔 도덕성으로 무장한 우파는 정부 통제의 대안으로 자유시장을 지지한다... 규칙, 복종, 배타성, 혐오에 기초한 도덕적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넘어갔다... 이들은 자신보다 불운한 사람들과 공감하는 독덕성을 약점으로 여긴다...” (pp.220~221)

대릴 커닝엄 / 권예리 역 / 수퍼크래시 (Supercrash) 세계경제를 약탈하는 법 / 이숲 / 239쪽 / 20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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