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신이 보내준 '내비게이션'일까

살며 생각하며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파도를 탄다. 기쁨, 분노, 불안, 외로움•••


감정은 우리 삶을 끊임없이 흔들어 놓지만, 동시에 삶의 온기를 부여한다. 때로는 길을 잃게 만들고, 때로는 길을 찾게 하기도 한다.


어쩌면 감정은, 우리가 그토록 찾고 있는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내비게이션' 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감정은 왜 존재하는 걸까?


단순히 생존을 위한 본능일까, 아니면 인간에게만 허락된 고등한 언어일까? 혹은 우리가 자주 묻는 철학적 질문처럼, 신이 우리 안에 심어둔 나침반은 아닐까?


1. 감정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방향'의 신호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컨트롤해야 할 것" 혹은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긴다. 특히 분노나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문제로 간주된다.


하지만 감정은 단지 감정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서 보내는 정확하고도 미묘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분노는 억울함을 말하고 있고, 슬픔은 놓아야 할 무언가를 알려준다. 두려움은 보호가 필요한 지점을 가리키고, 기쁨은 지금 이 길이 옳다는 증거다.


감정은 언제나 말을 한다. 다만 우리가 그 언어를 잊고 살뿐이다.


2. 신경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


현대 신경과학은 감정을 뇌의 "리뷰 시스템"이라 설명한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을 종합해, 가장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는 생물학적 도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감정의 '깊이'를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감정을 인간이 세계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보았고, 파스칼은 "이성은 이성이 모르는 것을 감정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칼 융은 감정을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라 했고, 최근 긍정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인간 성장의 촉매제로 본다.


이렇듯 감정은 신경적 반응이면서도, 동시에 존재론적 지도다. 우리는 감정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자신을 규정하며 미래로 나아간다.


3. 감정을 억제할수록 우리는 방향을 잃는다.


현대사회는 감정에 냉소적이다. 감정보다는 논리, 공감보다는 성과, 감성보다는 데이터가 우선된다.


직장에서는 감정이 업무에 방해된다고 여겨지고, SNS에서는 감정이 브랜드에 손해가 된다고 판단된다.


감정을 보이는 사람은 비이성적으로 간주되고,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 "성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감정을 억누를수록, 정작 삶의 방향은 더 불명확해진다. 감정은 억제할수록 무의식에서 증폭되고, 무시할수록 뒤엉킨다. 그리고 결국은 우리 선택과 관계, 존재의 방식에까지 영향을 준다.


4. 감정을 안내자로 대하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감정을 판단하기보다는 듣는 태도가 필요하다.


슬플 때는 "왜 이 감정이 찾아왔을까?"를 묻고, 분노할 때는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를 살펴야 한다.


기쁨이 찾아왔을 땐 "이 감정이 말하는 방향이 어디인지"를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한다. 감정은 무조건 따라야 할 감정선이 아니라, 해석하고 대화해야 할 메시지다.


5. 감정, 신이 우리 안에 심어준 나침반


어쩌면 신은 인간에게 어떤 법칙도, 정답도 주지 않았다. 대신 인간의 가슴속에 감정이라는 불완전하지만 정직한 나침반 하나를 심어 두었는지도 모른다.


이 나침반은 늘 흔들리지만, 동시에 그 흔들림 속에서 가장 인간다운 길을 안내한다.


우리는 종종 논리와 판단으로 방향을 정하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감정이 결정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을 시작할 때, 용서를 택할 때, 도전을 감행할 때 - 언제나 그 중심에는 감정이 있다.


그래서 감정은 신이 보내준 내비게이션 일지도 모른다. 지도를 잃었을 땐, 이성보다는 감정이 길을 찾게 해 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인간만의 방향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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