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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정당, 국민의힘

리더는 몸을 던질 때다

by 송면규 칼럼니스트

"위기에 영웅이 출현한다." 낡은 격언 같지만, 정치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진실이다. 오늘날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은 명백히 '위기'다.


대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은 정체성과 전략 모두에서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동훈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의 출마 여부는 단순한 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넘어, 보수 전체의 미래와 직접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누군가는 묻는다. 이미 한 차례 대표적을 맡았고, 선거에서 패배한 인물이 왜 또 나와야 하느냐고.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실패를 회피하는 리더"가 아니라,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당찬 리더"다.


리더십은 성공만으로 검증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어떻게 대하는지, 위기 앞에서 어떤 결단을 내리는지가 진정한 리더십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비록 지난 총선에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용산과 '윤핵관'의 견제 속에서 당을 전국 정당으로 만들기 위래 고군분투 했다고 본다.


정제된 언어, 분명한 메시지, 그리고 기득권과 거리를 둔 이미지까지. 정치적 미숙함은 있었지만, 정치적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금 그가 다시 대표직에 도전한다면, 그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책임의 정치"에 대한 실천일 수 있다.


당내 일부에서는 그가 다시 나설 경우 지방선거 패배 시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다.


위기 속에서 몸을 사리는 리더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오히려 위험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결단과 책임이야말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의 자질이다.


지금 국민의힘에는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더 이상 당내 계파 논리에 갇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새로운 리더는 단순히 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던질 용기가 필요하다.


한동훈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한다면, 그것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 실패를 딛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정치적 결단이 될 것이다.


그는 여전히 젊고, 정치적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나 그 시간이 헛되지 않으려면, 지금 바로 다시 나서야 한다. 단지 당을 위한 대표가 아닌, 시대를 이끌어 리더로서의 자격을 증명해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위기 속에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그 위기를 딛고 국민의힘을 다시 일으킬 것인가? 지금이 바로, 리더가 책임지는 순간이다.


자칫하면, 죠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글귀를 소환할 수도 있음을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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